박영숙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장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의 여유, 즐기러 오세요”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자유로운 지식공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열띤 토론의 場
지역·나이 등 조건 없이 가입 ‘북적북적’

▲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장
▲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장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느티나무 같은 공간에서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느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도서관이 있다. 정숙이나 음식물 반입금지 등의 규칙이 없는 이곳은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이다. 이곳의 관장은 박영숙씨(51).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지식을 공유하기 바랐던 박 관장의 바람은 1999년 풍덕천동에서 처음 실현됐다. 한 상가 지하에서 40평 규모의 어린이 도서관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공간적 한계로 박 관장이 원하는 ‘느티나무’ 같은 도서관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이에 어린이 도서관 때 인연을 맺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2007년 현재 동천동 자리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물을 지었고, 경기도 유일의 민간 사립 공공도서관을 구축했다.

 

박 관장은 1인 책상 대신 곳곳에 소파와 평상을 놓고 도서관 어느 곳에서든 책을 읽고 토론을 할 수 있게 공간을 꾸몄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도서관의 딱딱한 분위기와 규칙 등은 느티나무 도서관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책을 읽거나 마음껏 떠들고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다만, 자발적인 존중과 배려가 도서관의 규칙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이다. 또 느티나무 도서관은 지역이나 나이 등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심지어 신분증이 없더라도 본인을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

▲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과 직원들
▲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과 직원들

느티나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곳만은 아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공론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에 도서관에서는 동네 아이들부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든 이용자가 참석한 가운데 낭독과 포럼, 영화제 등이 수시로 열린다. 사회문제나 특정 주제 등을 이용자들이 직접 정하고 이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열띤 토론이 펼쳐지면서 사람들은 도서관을 통해 서로 삶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한다.

 

박 관장은 “앞으로 도서관이 더 많이 필요하고 도서관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면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여하고 공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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