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합장을 한다
밥알 하나하나에
농부들의 소금내와
한 끼분의 양식을 위해 수고하는
나의 땀도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입 안 가득 단맛을 우려내면
무뎌진 혀끝에 감도는 황홀함
수고로운 나를 잊는 것도
잠시일 뿐
빛과 어둠이 뒤섞여 곡식이 여물 듯
이 땅에 발붙이는
세상 어디쯤
나는 홀로 익어가는 것일까
데카르트는
생각하기에 존재한다고 하였지만
만물의 뿌리는 나 자신이라 여기며
오늘도 나에게 보시를 한다
밥알 한 톨 남기지 않는다
이계설
평택 출생.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 <가면놀이> <습기를 말리며> <그녀를 소각한다> <한반도를 적시는 고구려의 숨결> <서서 꾸는 꿈> <가시고기>. 제12회 한국문인협회작가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