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 딴에는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이 하고 싶은 일, 주위에서 그렇게 하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제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고 살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동안 나를 형성해 왔던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필요로 했습니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남들이 요구하는 ‘정답’이 아니라 ‘내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총장으로 취임해서 ‘파란학기제’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제안하면, 학교는 심사를 거쳐 과목으로 만들어 학점까지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도전과 모험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는, 새 세계로 나아가는 ‘파란(破卵)’을 하자는 것입니다. 3학기째 이어지고 있는 파란학기를 통해 100개가 넘는 과목이 만들어졌고 350여명의 학생이 참가했습니다.
도전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황금실패상’이란 것을 만들어 격려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나 실패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참가한 학생들은 입을 모아 ‘힘들지만 즐거웠다’라고 말합니다.
정규 과목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들 합니다. ‘남이 낸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낸 문제’를 스스로 푸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얻는 과실입니다. 붕어빵처럼 같은 길을 가게 하는 정형화된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이제 ‘경기 꿈의 대학’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지난 4월 시행한 사업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게끔, 스스로 체험하게끔 하는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이 역시 학교 현장에서 만드는 유쾌한 반란입니다.
아주대학교는 취지에 찬성하여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 1학기 10개의 강좌가 마련되어 26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마련된 자리보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의 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다음 학기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저녁 시간임에도 열정을 가지고 아주 캠퍼스를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해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의미 있는 시간을 지내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훗날을 위해 고통스럽게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즐겁게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기의 꿈을 세우거나 바꾸고, 자기 자신에 던지는 질문을 만드는 체험을 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운영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당초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새로운 시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새 제도의 취지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학교에서 늘 깨어 있으면서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 다함께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첫발을 성공적으로 뗀 데 축하와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갑시다.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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