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시와 지리를 이기는 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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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가 억지로 되는 일 없고, 마음대로 뜻 한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룬 사람도 없다. 왜 그럴까.

 

고전 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면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하편(下篇) 첫 머리를 짚어보고 싶다. 당시나 지금이나 가장 큰 일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을 예로 들어 작고 사소한 일부터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큰 일까지 성패를 가르는 조건에 대해 이르고 있다.

 

지리적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地利), 하늘의 때와 운이 따라주어야(天時)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사람들의 화합과 단결(人和)을 그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옛 구절은 비단 전쟁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크고 작은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천을 예로 든다면, 지리(地利)가 성한 곳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은 부평과 중·동구 일대의 원도심 지역일 것이다. 최근 송도나 청라, 영종 등 신도심 지역이 새로이 개발되고 사람이 모여들고 있지만 본시 교통이 편리하고 자연적 환경이 쾌적한 원도심이야말로 전통적으로 ‘사람살기 좋은’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물의 노후화, 도시의 확장과 신도심 개발에 따른 상대적 소외로 인천 대부분 원도심은 현재 재생사업이 불가피한 열악한 여건에 처해있다. 심지어 여러 여건상 사업결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그대로인 원도심의 개선사업지구가 수두룩이다.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업성공을 다짐했지만 경제적인 조건(地利)이 맞질 않으니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리(地利)를 돕는 천시(天時)가 찾아왔다. 최근 부동산에 훈풍이 몇 가닥 불어오는가 싶더니 재생사업 관련법이 개정되고, 특별법 마련으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야말로 사업을 다시 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최초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십정2구역을 예로 보자. 꼭 10년 전 2007년 2월에 정비사업 구역이 지정되고, 사업계획이 고시됐지만, 가시적인 변화없이 오늘까지 주민들은 날로 열악해지는 주거환경에 살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연말 사업시행자가 인천도시공사로 바뀌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도입하면서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이 정상화되고 있다.

 

바로 지금부터 만사 성패의 핵심요소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한 때다. 구역내 주민(소유자)들의 83.5% 가 분양신청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에 이주를 망설이는 이웃들도 적지 않다.

 

인천도시공사는 기초생활 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지난 4월말 기존주택 전세임대주택 443세대 이주신청을 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나섰다. 사업의 진정한 성공적 추진은 이웃지간에 서로 반목하지 않고, 서운한 마음으로 흩어지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인천도시공사는 임대주택 알선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市)정부와 사업자의 협업, 사업자와 주민 간의 신뢰, 주민들 간의 이해와 협력이라는 인화(人和)가 빠짐없이 조화를 이룰 때 정비사업의 성공을 비로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서경호 인천도시공사 보상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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