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계약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위임 계약이다. 따라서 주차장 운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주차장 안에 보관된 자동차가 손상을 입거나 도난당하지 않도록 보관·감시하는 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해야 마땅하다. 다만, 주차장 운영자가 이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의무는 그 주차 계약이 개별적으로 정한 바에 따라야 하고, 그 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부분은 거래 통념상 기대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주차 계약에서 주차장 관리 시간을 하루 중 일정 부분으로 제한한 경우, 이른바 월 단위로 계약한 경우, 차주가 예비 열쇠를 주차장 관리인에게 맡겨 두었을 때, 이상의 원칙 규정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가?
대법원은 ‘주차장 이용시간이 제한된 주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차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예비열쇠를 보관시켰는데 이용시간이 아닌 야간에 자물쇠를 절단하고 사무실에 침입한 도둑이 책상 서랍에 넣어 둔 열쇠로 열쇠보관함을 열고 예비열쇠를 훔쳐 승용차를 타고 간 경우, 주차장 관리인이 예비열쇠 보관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면서 차주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 사례는 주차장 이용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 계약에 관한 것으로, 법원은 이용시간 이후 발생한 도난사고에 대하여 주차장 측은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이 사례는 당사자들이 월 단위 계약을 체결한 경우였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주차장 관리인이 그 한 달의 기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관·감시의무를 해야 하는 뜻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주차비는 얼마 안 되지만 차량 가격은 매우 비싸다. 유료주차장에 차량을 자주 보관하는 분들은 뜻밖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이러한 법적 쟁점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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