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특사외교와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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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정부는 지난달 10일 출범한 지 2~3주 사이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각각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신정부가 앞으로 차분하게 외교안보정책을 펴나갈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대북한 정책,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합의 등 외교·안보 문제들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곧 주변 주요국들과 외교 갈등이나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기에, 집권 초기 신속한 특사파견 등을 통해 이러한 우려들이 상당히 불식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방일 특사단의 일원으로 5월17일~20일 도쿄를 방문해 특사외교의 현장을 보게 됐다. 특사단은 3박 4일 동안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비롯한 스무 개에 이르는 면담과 오·만찬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향할 외교안보정책의 목표와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특사가 전달한 핵심 메시지는 △북한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한·일간 및 한·미·일간 공조체제를 지속 강화할 것이며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은 북핵 문제의 진전도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점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신정부의 의지를 밝히는 한편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양국 간 제반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빈번한 직접 소통이 필요하다고 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중단된 한일 정상 간 상호 방문외교(셔틀 외교)를 복원하기 바란다는 점 등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및 정계 인사들은 특사단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우리 신정부의 대북한 및 대일 정책노선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을 내려놓고 안도하며, 향후 한일관계 회복과 협력강화를 크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일본 측은 우리의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신정부가 원칙 없는 대북 유화정책을 펴고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 문제에 집착한 반일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상당히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언론도 우리의 셔틀 외교 복원 제안을 특히 부각해서 보도하면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의 집권 가능성에 우려하던 보도 논조와는 사뭇 달랐다. 이어 특사단이 만난 일본 경제계 지도자들은 한일 정치관계 개선이 양국 기업 간 제3국 공동진출 등 경제협력 가능성을 크게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환영했다. 또한 그간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본 내 혐한론이 확산돼 심적으로나 영업상으로나 고통을 받던 재일동포사회의 대표들도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데 안도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상 간 통화외교에 이은 신속한 특사외교를 통해 우리 신정부와 일본 정부 간에 우려와 의구심을 일단 걷어내고 앞으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소통과 협력의 큰 방향을 마련했다고 보인다. 그러나 한일관계 회복의 과제는 이제부터다. 특히 위안부 합의 문제와 같이 한일관계를 언제든지 악화시킬 수 있는 현안은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상황을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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