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어묵, 어묵 세척 동영상 파문-
본보가 어렵게 입수한 동영상 4편을 공개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주한 삼진어묵의 작업 영상이다. 양손에 비닐장갑을 낀 직원이 등장한다. 싱크대에서 수돗물을 틀어 놓고 무엇인가를 닦고 있다. 어묵이다. 싱크대 바닥에는 방부제 봉투가 널려 있다. 밀봉된 완제품 봉지를 뜯어 세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키친타월로 닦은 어묵에서 물기를 제거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촬영해 본보에 제공한 동영상이다.
동영상에 대한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봉지를 개봉하면 미끈거리고 냄새나는 어묵들이 있었다. 이를 꺼내 미끈거리는 것을 씻어낸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했다. 이렇게 세척한 어묵을 다시 튀겨내 판매했다. 판교점의 매출이 좋다 보니 다른 매장에서 옮겨온 것들도 있었다.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위에서 씻으라고 지시했다. 나중에는 직원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알고 반복해서 어묵을 세척해왔다.
삼진어묵의 입장이 어이없다. 애초 본보 취재진에게는 ‘먹어도 인체에 유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퇴직에 앙심을 품은 직원들의 무고(誣告)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3일 만에 바뀌었다. ‘과거의 일이지만 잘못된 일이었고 정말 죄송하다’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판교점 책임자도 즉시 해고했다. 그러면서도 ‘변질된 제품은 아니었다. 지금은 안 한다’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이 왜 분노하고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직원이, 수돗물을 틀어 놓고, 어묵을 문질러 씻고, 다시 타월로 닦는 모습이다. 사실상의 식품 재가공 행위다. 세척한 직원에게 식품 가공 자격이 있는지, 직원의 청결 상태는 어땠는지, 세척한 싱크대의 위생은 점검을 받았는지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썩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3대째 가업을 이어왔다’는 자화자찬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자꾸 그렇게 주장하니 거꾸로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3대째 계속 수돗물에 세척해 튀겨 왔나.
본보는 앞서 삼진어묵 측의 매정한 직원 해고를 지적했었다. 단돈 5천원 논란에 생계형 근로자를 무 자르듯 해고해 버린 경영을 지적했었다. ‘3대째 가업으로’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운전기사까지도 가족처럼’을 자랑하던 회사가 취할 노사행태가 아니라는 측면에서였다. 그런 삼진어묵이 이번에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제품 관리를 해온 사실까지 드러났다. 법(法)과 위생(衛生)을 따지기 이전의 문제다.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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