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은 여전히 우리의 제1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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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무역협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무역업계 정책 제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했다. 첫 번째 제언은 수출확대를 국정과제로 설정·추진해 달라는 내용이다. 생소했다. 그동안 수출확대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도 당연해 요구할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은 80.8%에 달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 제1과제인 양질의 일자리확대 및 이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에 방점이 찍히면서 무역, 수출은 한켠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국가재난 수준이라고 평가된 청년실업 문제의 시급한 해결과 소득주도 성장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내수확대와 적극적 고용정책도 환영한다. 다만, 수출관련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세계를 무대로 경제영토를 넓혀왔다. 수출기업 종사자들은 세계를 누비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다. 이러한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의 역사를 일궈냈고, 그 토대위에서 민주주의 기초를 다져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수출기업과 그 종사자들은 세계경제의 사이클과 함께 흥망의 파고를 숨 가쁘게 헤쳐 나가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일자리 창출 및 혁신역량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5년) 수출기업 취업자 수 증가율은 18.7%로 내수기업의 12.2%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역량의 지표인 R&D투자 역시 수출기업의 경우 2015년 매출액 대비 4.48%로 내수기업 1.09%의 4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도 수출기업은 8.9억원으로 내수기업의 5.5억원을 앞선다. 1인당 임금 또한 수출기업이 7천800만원, 내수기업 5천900만원이다.

 

수출기업이 고용, 생산성, 임금, 투자분야에서 내수기업에 비해 효율이 더 높은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융복합 서비스, 소비재, 수출 스타트업 등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기업과 업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시너지를 높여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수출기업들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묵묵히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당사는 일본 수출비중이 높다. 최근 일본 내수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소리를 바이어 측으로부터 듣고 있다. 매스컴과 강연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AI에 대비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러다간 시대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으나, 금융권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수출기업의 경영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수출기업의 R&D투자 지원 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우리의 제1전략이다.

 

곽수만 한국무역협회 경기북부기업협의회장·(주)에이스힌지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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