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시장의 행정 캐치프레이즈는 ‘시민 행복 행정’과 ‘공정·투명 인사 원칙’ 이다.
모든 행정 기준은 시민 행복이고, 생면부지(生面不知) 인사라도 일만 잘 한다면 중책을 맡긴다는 것이 그의 행정 철학이기도 하다. 행정과 인사가 모두 시민으로 통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민선 6기의 가장 큰 성과로 재정건전화를 꼽는다.
취임 2년 만에 2조원이 넘는 부채를 청산하고 지난 2014년 말 37.5%였던 부채비율도 올해 말이면 25% 미만으로 떨어져 재정위기 단체라는 오명을 벗게 된다.
인정할 만 성과이다.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 확보, 인천가치재창조 원도심 활성화 등도 유 시장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표적인 성과이다.
유 시장은 기초단체장부터 국회의원, 장관 등을 두루 경험한 행정의 달인답게 지난 3년간 큰 과오 없이 시정을 이끌어 왔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유정복 표 시민 행정은 과연 시민에게 행복감을 주고 있을까? 2조원의 부채 감축으로 시민은 무슨 행복을 체감하고,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 확보는 어떤 방법으로 시민의 행복 지수를 높여줄까?
며칠 전 한 술자리에서 인천시의 부채 감축 이야기가 나오자 한 지인이 대뜸 “(시의 부채 감축이) 내 빚을 갚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 짜증을 내며 말을 끊는다.
재정건전화는 시민 삶의 질로 연결되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시민은 느끼지 못한다. 오로지 시민 행복 행정을 위해 중용했다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주요 인사들은 지역 정서나 조직 분위기와 삐꺼덕 대며 역 효과를 내기 일쑤이다.
유정복 호(虎)의 대표 어젠다인 ‘인천가치재창조’와 ‘인천 주권’을 접하는 상당수의 시민은 추상적이고 모호함에 고개를 돌리고 만다. 모든 것이 미스 매칭이다.
유 시장은 “시장이 정치적으로 시민을 찾아다니면서 얼굴도장을 찍기보다는 좋은 행정으로 보답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말한다. “행정이나 인사 등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항상 시민만을 생각하며 일 하고 있다”라고 자주 말하기도 한다. 직접 보고 듣고 있노라면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히지만 대다수 시민은 시장이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과오 없는 시정’만으로는 시민의 마음을 모두 얻을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신과 자부심이 곧잘 하는 것은 아니다. 소통과 울림이 없는 소신과 자부심이라면 확고할수록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
미스매칭은 잘 못하는 것보다 바로잡기 어렵다. 잘못은 고치면 되지만, 미스매칭은 잘한 것 같은데도 안 맞기 때문이다.
유 시장이 임기 초에 공무원들에게 강조했던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유 시장이 그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남은 임기 1년 동안 해야 할 급선무는 새로운 성과를 만들기보다는, 미스매칭의 클릭 수를 제대로 맞추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인천시민은 시정 연속성의 재선 시장이냐, 정부 소통의 여당 시장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 선택 기준은 물론 나의 행복과 인천의 발전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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