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용문면에서 여주시 대신면을 잇는 341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옥현리에 이르면 우람한 뿔을 높이 치켜든 사파이어 빛깔의 사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평군 지평면 옥현2리 1978번지. 양평군립 미술관에서 ‘야외설치미술전 NATURALISM’에 참여한 조각가 조영철(37)의 작업장이다.
작업장 곳곳에는 볼트, 스패너, 열쇠, 톱니기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슨 철물들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고물상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조 작가의 손을 거치면 소나 말, 때로는 낙타로 재탄생한다. 작업장을 둘러보다 “재료비는 별로 많이 들지 않겠다”고 묻자 “비싼 재료도 많다”고 응수해온다.
그가 만드는 조각 작품들은 대부분 소나 사슴, 말, 코끼리 등 네발 달린 동물이다. 이유에 대해 “인간은 이동을 주저하거나 갈등하는데 반해 동물들의 거침없는 이동 본능이 부러웠다”고 말한다. 소재를 철이나 유리를 사용하다 보니 작품 속 등장 동물들은 대부분 투명하거나, 속이 비어 있다. 조 작가는 “제 작품의 속이 비어 있다 보니 자연과 잘 어울리고, 다른 대상들을 가리지 않고 어우러지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를 나와 성신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조 작가는 지금까지 7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전업작가협회 청년작가 조망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국내의 주요건물에 그의 작품이 영구전시되어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메세나폴리스 건물 위에 있는 에메랄드 빛깔 사슴도 그의 작품이다.
“일산서 작업하다 3년 전 지평으로 작업장을 옮겼다”는 그는 “양평으로 오면서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우선은 작업장이 넓어졌고 특히 인근 10여 분 거리에 비슷한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포진해 있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려는 그의 의도가 예기치 않게 방해받기도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작품을 구경하거나, 때로는 ‘이거 버릴 거면 내가 가져가겠다’고 선심 쓰듯 접근해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는다.
조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양평군립 미술관에 오는 27일까지 옥외 전시 중이며, 소를 형상화한 그의 작품 ‘도시를 위한 네발 짐승’은 양평군 개군레포츠공원에 영구 전시 중이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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