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소년 도박문제 제대로 알자

-인형뽑기방·사다리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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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형뽑기방이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많이 성행하는 것 같다. 인형뽑기방이 성행하자 사행성 조장이나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필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다리와 달팽이경주 도박이 더 걱정스럽다. 

인형뽑기 역시 도박에 해당되지만, 사다리와 달팽이경주 같은 온라인 도박과는 비교도 안된다. 청소년들이 무슨 도박을 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불법도박이 유행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사다리, 달팽이경주, 스포츠도박(합법 토토 제외)이다.

 

청소년 도박문제의 심각성은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전국 중고등학생(고3 제외) 1만4천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박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 청소년의 비율은 42.1%였으며, 도박으로 인해 폐해를 경험하고 있거나(위험군: 4.0%) 심각한 도박문제가 있는 학생(문제군: 1.1%)의 비율은 5.1%(약 14만명)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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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는 2016년 우리나라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율과 동일한 수준이며, 학교 밖 청소년들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청소년들의 도박문제 비율은 성인보다 더 높을 수 있다. 특히, 사다리와 달팽이경주 같은 온라인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하루에 수 백 만원씩 베팅을 하고, 거의 매일 도박을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도박문제는 범죄로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들은 수입이 없기 때문에, 도박자금을 마련하기위해 금품갈취 및 절도, 불법IT전당포 대출, 중고물품사기거래, 내구제 대출(개인신용정보제공)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도박중독치유센터에도 청소년들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중고물품 사기거래로 경찰의 조사를 함께 받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도박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대뇌 전두엽 발달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도박과 같은 자극에 더욱 취약하다. 독자들께서도 청소년 도박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 도박문제를 예방하는데 동참해주기 바란다. 도박문제는 국번없이 1336.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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