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횡단철도 따라 유럽까지… 12개국 18개 도시 탐사
평택항에서 배를 타고 중국 롄윈강에 건너 간 후, 중국횡단철도(TCR)를 따라 중국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를 거쳐 리스본까지 1만4천735㎞를 32일에 걸쳐 간다.
열차를 19번 갈아타고, 12개 나라를 지나며, 18개 도시를 들른 후 8월 3일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동서 문명의 교역로 실크로드가 철의 신 실크로드로 부활하다
왜 중국횡단철도를 따라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가. 18세기이후 막혔던 실크로드가 다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과 로마까지 연결되는 동서 문명이 교류하는 통로이다.
번성했던 당나라 때 아랍과 이슬람 제국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 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칭기즈 칸이 실크로드를 넘어 동유럽까지 정복하면서 실크로드는 동서 문명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되었다.
우리의 선조 중 신라와 고구려 사람들은 실크로드까지 진출하였다. 신라 고승 혜초가 불법을 구하러 중국 당나라까지 갔다가 다시 인도양을 거쳐 인도까지 간다.
돌아오는 길에 아랍 지역을 들렀다가 실크로드 넘어와서 중국에 머무르며 불법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제목의 기행문을 남겼다,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도성 내 유적 벽화에도 고대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벽화에 그려진 조우관의 주인공은 고구려 사절로 보인다.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당의 서역 원정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운 것도 이 시기 일이다.
한국 역사의 고대인들은 중국을 넘어 실크로드까지 진출하여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이후 한국인들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 를 넘어 갔다는 기록은 과문한 탓인지 찾지 못하였다. 실크로드는 우리 역사와 멀어졌다.
15세기 대항해 시대가 열려 바닷길을 이용한 동서 문명 교류가 이루어지고, 18세기 근대적인 민족국가가 출현하면서 실크로드는 폐쇄되었다. 이후 동서 문명의 교류는 바닷길을 통해 이루어졌고,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아시아와 유럽 간에 하늘길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교류는 항공편을 통해 이루어졌다.
강진갑 경기대 교수는 “21세기 들어 그동안 거의 막혀있던 실크로드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동서 경제 교역로로서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중국횡단철도가 있다”며 “낙타 타고 오가던 실크로드를 열차가 달리니 철의 신 실크로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이 열리면 사람이 오고 가고 경제가 활성화되며 새로운 문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국횡단열차를 활용하자
중국횡단열차는 중국 황해 연안의 롄윈강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연결되는 선로를 달린다. 중국인들은 흥미롭다. 중국 구간 밖의 외국 열차 선로까지 중국횡단열차 노선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 횡단철도는 1956년 중국과 구 소련이 국경을 연결하는 철도로 건설을 시작하였다가 중단됐다. 1985년 공사가 재개되어 1992년 정식으로 운행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노선의 길이는 4천128㎞인데,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비해 운행거리가 짧다.
중국 내 구간의 철로는 폭이 143.5㎝인 표준궤이다. 유럽과 아시아 철도의 궤간은 표준궤인데 반해 구 소련 지역의 철로는 넓이가 넓은 광궤이다. 중국횡단열차가 유럽까지 가려면 궤간이 바뀔 때마다 열차의 바퀴를 교체해야 하고, 또 운임이 비싼 단점이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중국횡단철도는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 중서부 지역을 개발하여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경제권역으로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중국남부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후 중국횡단철도는 활성화 돼 , 2016년 현재 독일 함부르크, 스페인 마드리드를 포함해 10개 열차 노선이 개설되어 운행됐다. 2016년 1월에서 8월까지 중국에서 유럽까지 운행한 화물열차는 2천100대에 달했다. 2017년 1월에도 중국 이우에서 영국 런던까지 운행하는 화물열차가 개통되었다. 중국횡단철도는 이제 유라시아 횡단열차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중서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강진갑 교수는 “이전 중국 중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유럽으로 수출되려면 중국 황해 연안 항구까지 와서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 지중해를 거치는 화물선을 이용해야 했다. 바닷길만 40여 일이 소요되는데 비해 철도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16일 정도 소요된다”며 “운송요금은 선편보다는 비싸지만 운송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주는 것이다. 중국과 유럽 간의 항공편 화물 운송요금과 비교하면 80%나 저렴하니, 중국횡단열차를 이용하는 화물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유럽이 협력하여 만들고 있는 이 철길을 한국이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 새천년 유라시아에서 길을 찾다
한국은 아시아 동쪽에 위치한 반도에 자리 잡은 대륙 국가이다. 그러나 1945년 해방 이후 북한과 중국, 소련이 공산국가가 되면서, 한국은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가 되었다. 이후 한국은 동진 정책을 실시하면서 일본과 미국, 유럽과 함께 해양국가가 되었다.
한국 역사에서 중국과의 교류는 경기도에 위치한 신라 당성, 고려 벽란도, 조선의 의주길을 통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1945년 이후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이 되었고, 한국의 대외 관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없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지향하면서 한국은 다시 대륙국가로 복귀하였다.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커지면서 경기도는 중국과의 교역에 중요한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18년 한국 역사에서 경기도가 처음 등장했으니, 2018년이면 경기도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에서 대중국 교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키워드가 중국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이 황해 연안 지역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미국과 겨루는 G2 국가로 성장하였는데,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중서부가 개발된다면 중국 경제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경기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중국횡단열차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유럽과의 새로운 교역로로서 중국횡단열차를 주목해야 한다. 인도양과 지중해를 돌아가는 바닷길보다 화물 운송 시간이 짧고, 항공편보다는 이용 요금이 저렴하다. 중국횡단열차가 지나가는 국가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운행 시간은 지금보다 단축될 것이다.
중국은 지금 고속철도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횡단철도가 고속철도로 개편된다면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횡단열차를 이용하는 편익은 대단할 것이다. 중국횡단열차 출발지점인 롄윈강은 평택에서 가까운 항구이다. 중국횡단철도 활성화가 경기도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열차로 횡단하는 이유는 이 길이 경기도, 나아가 한국 사회 경제에 중요한 길이기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물열차만 다니지만 운행 시간이 단축되면 객차도 다닐 것이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보면 진공에 가까운 튜브 속에 캡슐 형태의 차량이 달리는 캡슐 트레인 개발이 완료되면 기차가 1시간에 1천㎞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튜브 트레인 기술과 중국횡단철도가 결합하게 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1일 생활권으로 좁혀질 것이다. 이것은 상상하지 못할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강진갑 교수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 열차가 여는 미래의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과 분리하여 설명할 수 없다”며 “유라시아 대륙을 열차로 횡단하는 것은 고대 한국인들이 갔던 기상 넘치는 길인 실크로드를 다시 가는 것이고, 미래 한국인들이 가야할 길을 미리 가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의연 기자
도움말=강진갑 경기대 교수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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