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자동차에서 사람이 존중되는 사회로

▲  이상명 수원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
▲ 이상명 수원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
도심을 걷다보면 때 이른 더위에 더해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과 에어컨의 열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점증하는 기후변화와 고령화의 시대에 보행자들은 자동차로부터 쾌적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시민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사회적 약자보호를 기본적인 소양으로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도로에서는 이런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동차의 위력에 차도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이고,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이용하는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보행자 스스로 자동차를 피해 걸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거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골목 풍경은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자동차는 경제성장과 동일시되어 편리함과 부유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현재 자동차가 도시의 경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음에도, 자동차로부터 사람중심으로의 변화를 담으려는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은 과도한 차량 공간으로 토지 배분, 해외로부터의 많은 석유수입 비용으로 국부의 유출을 불러왔다. 지속가능한 경제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꼭 바로잡아야 할 항목이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사람과 자동차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해가야 할까.

 

자동차 운전자에게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등 이동약자를 보호할 책임을 분명히 부여해야 한다. 또 도시의 부족한 공간이 더 이상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 부지로 확대되지 않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로 혹은 생태교통 이용자들의 편의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차 없이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설계, 마을 밖 공동주차장을 조성해 생태교통마을을 조성하면 좋겠다.

 

2013년 9월 수원 행궁동에서 ‘생태교통수원 2013’을 통해 주민들이 화석연료가 사라진 미래도시를 상상하며, 자동차 없이 생활해보는 한 달을 경험한 적이 있다. 최근 한양도성 안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 8천 원을 부과하면, 승용차 통행의 58%가 줄어들어 교통량 및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는 서울연구원의 연구 기사도 있었다. 창원, 안산, 고양 등의 공공자전거 정책에 더해, 최근 수원시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스테이션 없는 무인대여 공유자전거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뉴욕을 비롯 오슬로, 파리, 런던 등 해외의 많은 도시들은 차량억제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해가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각 지자체와 해외 도시들의 교통혁신 사례를 바탕으로, 자동차 중독에서 벗어나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교통체계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의 재정비, 시민이 체감하고 공감할 정책을 적극 수립해 주길 기대한다.

 

이상명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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