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G20 아베의 블루리본과 6·25 납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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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양일간 독일 함부르크 시에서 G20(Group of 20) 정상회담이 열렸다.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각국 정상들은 양자 회담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외교의 장을 펼쳤다. 우리나라는 한미일 3국 공동성명 채택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3국이 지속적인 안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언론에 보도된 3국 정상 공동성명 채택 기념사진에서 아베 총리의 양복 상의에 달려 있는 ‘블루리본’이 눈에 띄었다. 사실 아베총리와 일본의 내각 장관 대부분은 블루리본 배지를 거의 상시 달고 다닌다. 블루리본 배지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의 조기 석방과 구출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푸른색은 납치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일본인들이 일본과 북한 사이에 국경 없이 이어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재회의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은 사망자를 포함해서 17명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송환을 전담하기 2006년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정부 조직 내에 개설하고 연간 약 12억 엔(약 121억)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대북관계에 있어 ‘납치문제 해결없이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원칙을 대북방송 ‘일본의 목소리’를 통해 반복해서 내보냈다. 북한이 이에 요구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일본은 북한에 대해 제재, 무역전면 중지, 선박 왕래의 전면 금지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납북자 송환 노력은 전 세계 납북 피해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 미국 NGO의 조사에 의하면 북한은 6·25전쟁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2개국으로부터 약 18만여 명을 납치했다. 이 중 상당수는 한국인이다. 6·25전쟁 당시 우리 정부의 공식적 기록에 의하면 북한은 약 8만여 명의 남한 민간인을 납치했다. 북한은 체제 수립을 위해 심각한 인재부족 상황에 직면했고, 부족한 인재를 6·25 전쟁 중 남한의 주요 인사 및 민간인 납치를 통해 충원했다.

 

납북 피해 가족들은 6·25 전쟁 당시 납북된 직후부터 가족회를 결성해 납북자 송환활동을 펼치다 1960년대부터 약 40년간 활동이 중지된 후 2000년에 재결성됐다. 가족회는 미 의회에 납북자 송환 결의안을 1년 만에 통과시키는 등 왕성한 국제 활동을 펼쳤다. 특별법에 의해 2010년 ‘6·25 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돼 약 7년 동안 납북진실 규명활동, 납북피해 및 피해 가족들의 명예회복과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고 올해 12월 활동종료를 앞두고 있다.

 

납북사건이 발생된 지 6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의 진실규명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뒤늦게라도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활동 종료를 앞둔 납북진상규명위원회는 성과와 함께 과제도 남겼다. 가해자에 대한 책임 문제다. 8만여 남한 민간인을 납북한 후 단 한명도 송환하지 않은 북한에 대해 피해자는 책임 문제가 해결돼야 비로소 온전한 과거사 정리가 될 것이다.

 

과거사 정리에 있어 주요한 과제는 ‘재발방지’다. 6·25 이후에도 북한은 전 세계 민간인을 납치하거나 현재에도 억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의 희생도 있었다. 북한에 의한 납치범죄는 비단 한 나라의 문제는 아니다. 북한 핵문제 만큼 국제공조가 절실한 부분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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