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호 물 끌어다 썼더니, 벼 모두 고사”

우정읍 농민 30여명 인권위 등에 집단 탄원서
“남양호 상류 김치공장 때문에 염도 매우 높아”

남양호에서 물을 끌어다 모내기를 한 화성시 우정읍 농민 30여 명이 염도가 높아 벼가 모두 말라죽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원인 규명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11일 우정읍 이화리 농민 김도규씨 등에 따르면 김씨 등 농민 30여 명은 지난 7일 국가인권위와 농축산부 등에 집단 탄원서를 냈다. 이들이 탄원서를 낸 이유는 남양호 물을 끌어다 모내기를 했지만, 염도가 높아 벼가 고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5월10일 이화리 논 6천600여㎡에 모내기를 했다. 타지역은 가뭄으로 고생했지만, 남양호 인근이어서 물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모를 낸 지 일주일 후 모가 빨갛게 변하더니 모두 말라죽었다. 김씨는 논을 갈아엎고 나서 같은 달 29일 다시 모내기를 했지만, 또다시 고사했다.

 

김씨 주변 30여 개 농가의 33만여㎡의 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김씨 등은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에 염분 조사를 의뢰했다. 농기센터 수질분석 결과 김씨 등 농민들이 취수한 이화리 1382번지와 1379번지의 염소(cl)농도가 각각 2천492ppm과 2천943ppm 등으로 검출됐다.

 

현재 국내에는 하천 등 농업용수에 대한 염소 기준이 없다. 다만, 농업용 지하수 기준(염소 농도 250ppm 이하)만 있을 뿐이다. 농업용 지하수 기준보다 9~10배 이상 염소가 높은 셈이다.

 

또 지난 1953년 일본이 만든 기준도 참고하고 있다. 염소나트륨(NaCl)이 0.05% 이상이면 모가 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들 취수지 염소나트륨을 환산하면 0.20%로 기준의 4배 이상이 된다.

 

농민들은 이처럼 남양호 물의 염도가 높은 이유를 남양호 상류에 있는 S 김치공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 공장이 김치를 절이고자 사용한 소금물을 배출, 남양호 하류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시 관계자는 “가뭄 탓에 간척지에 형성된 남양호 바닥에 있던 염기가 올라와 염도가 높아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S 공장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농민들은 바다와 접한 수문의 배수관문이 낡고 오래된데다 만조 시 남양호로 바닷물이 들어와 염분농도가 증가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지난달 4일 세 번째 모내기를 했다. 40년간 남양호 물로 농사를 졌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인권위 등이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양호는 화성시 장안면·우정면과 평택시 포승면 사이에 있는 인공호수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난 1973년 조성됐다. 총 저수량은 3천148만 9천여t이다.

화성=박수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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