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표적약물 ‘Neu2000’ 개발 한국·중국서 임상 2상 진행 중 “곧 세계가 놀랄 성과 있을 것”
“세계 최초로 뇌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해 희망을 전하겠습니다.”
19년 동안 뇌졸중과 치매 등 뇌 질환 관련 신약 개발에 매진하며 난치병 치료를 위해 묵묵히 한길만 걸어온 이가 있다. 바로 신약 개발 벤처회사 ‘지엔티파마(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의 곽병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드렉셀대학교 대학원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곽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약리학을 강의하던 교수였다.
하지만 그는 강의하면서 뇌졸중과 치매에 대한 설명을 진행할 때마다 어떤 내용을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하곤 했다. 뇌졸중과 치매는 전 세계에서 치료제가 개발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의 제약사들은 앞다퉈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에서 220개의 물질이 모두 실패해 신약으로 허가받은 사례가 없다.
이에 곽 대표는 직접 뇌졸중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1998년 뇌신경과학, 약리학, 안과학 등 뇌질환과 관련된 연구를 하던 동료 교수 8명과 함께 ‘지엔티파마’를 설립했다.
기존에 개발이 시도된 뇌졸중 치료제는 질환을 일으키는 하나의 표적만을 제거하는 방식의 ‘싱글타깃’으로 개발돼왔다. 하지만 곽 대표는 뇌질환은 하나의 경로를 막아도 다른 하나가 진행되는 등 동시에 발생하는 탓에 싱글타깃 방식으로는 약의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질환의 경로를 밝혀 동시에 경로를 막는 ‘멀티 타깃’ 방식을 선택했다. 뇌졸중 발병 후 뇌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글루타메이트의 흥분독성과 활성산소의 독성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 지엔티파마는 이 같은 방식으로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약물인 ‘Neu2000’을 만들어 2008년 임상 1상에 이어 지난해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Neu2000’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올해 염증 치료제인 ‘플루살라진’의 임상 2상을 진행하는 한편 치매 치료제로 개발에 들어갔던 ‘ad2004’도 루게릭병을 대상으로 새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이 완료된 치료제에 대해선 기술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곽 대표는 “19년간 신약 연구개발에 1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며 “연구원들과 동료 과학자 등 모두가 긴 시간을 인내하며 달려온 만큼 곧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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