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혈세 날린 수원 ‘버스도착알리미’

노선·관광지 안내 등 많은 기능 지상 2m 높이에 설치 ‘무용지물’
문제되는 ‘거치형’ 10대중 4대꼴

▲ 25일 수원시내 일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복합형 버스도착알리미가 높게 거치 돼 있어 시민들이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전형민기자
▲ 25일 수원시내 일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복합형 버스도착알리미가 높게 거치 돼 있어 시민들이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전형민기자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이용해 본 적이 없네요. 왜 저렇게 높이 설치한 건지…”

 

25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한국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S씨(34ㆍ여)는 정류장에 설치된 ‘버스도착알리미’를 이용해 버스 노선을 확인하려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키가 160㎝인 그가 까치발을 들고, 있는 힘껏 팔을 뻗어도 알리미 기계에 손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S씨는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기계지만 너무 높이 달려 있어 ‘그림의 떡’인 것 같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높은 곳에 설치해 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수원시 내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수백 대의 ‘버스도착알리미’가 노선정보ㆍ관광지 안내 등 많은 기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민들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설치돼 40억원이 넘는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0년부터 수원지역 버스정류장 1천56개에 이 같은 ‘버스도착알리미’ 968대를 도입했다. 설치 비용만 95억 원에 달하며, 유지ㆍ보수 비용으로 매년 3억 7천만~3억 8천만 원 가량이 든다. 이처럼 시는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총 8개 제조업체를 통해 제작ㆍ설치했다.

 

문제는 노선정보ㆍ관광지 안내ㆍ교통카드 잔액 확인 등의 기능이 탑재된 복합형 버스도착알리미 중 정류장 위쪽에 설치된 거치형 기계의 높이다. 거치형 버스도착알리미는 지상에서부터 약 2m 높이에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시민들이 까치발을 들어야 모니터에 가까스로 손이 닿아 노선검색이나 지하철 환승 정보 등 알리미의 기능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들도 노선 검색 등의 기능을 이용하려면 손을 길게 뻗어야만 한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거치형 알리미는 전체 968대 중 41%인 398대에 달한다. 1대당 1천100만(부분 컬러)~1천600만 원(풀컬러)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들로 전체 대수를 합하면 40억원이 훨씬 웃돌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선정보ㆍ관광지 안내 등의 기능이 없는 일반형 알리미는 대당 8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버스도착알리미가 너무 높게 설치돼 일반 시민들의 이용률이 계속 낮아지는 등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추후 설치하는 알리미는 버스도착정보만 알려주는 형태로 정책 방향을 정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돈ㆍ수습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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