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흙·포대 덮어 만들어 마대 곳곳 비바람에 썩어 터져
유일한 학교 임시대피소에도 방독면·비상식량·구급약 없어
面 “핵무기도 버티는 구조”
더욱이 연평도에 유일한 학교인 연평 초·중·고교 통합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는 방독면, 비상식량, 구급상자 등 응급용품이 없어 북한의 포격 등 비상상황 발생시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1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서해 도서민들을 위해 국비 444억원과 시·군비 86억원 등 총 530억원을 들여 백령도 26개, 연평도 7개, 대·소청도 9개 등 모두 42개의 최신식 대피호를 지었다.
비상상황 발생시 재빠르게 피신할 수 있도록 대피호의 위치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설치돼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연평도에 머무는 외부인들도 쉽게 대피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피호 4호 등 연평도에 만들어진 서너 곳의 대피호의 경우 땅을 파서 지하에 만든 것이 아니라 육상에 흙과 포대를 덮어 만든 형태로 비·바람에 마대 곳곳이 썩어서 터져 나온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연평도 곳곳에 있는 대피호는 모두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어 유사시 제 역할을 다할지 의구심마저 든다.
연평도의 한 주민은 “돈 들여 대피호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포격하라고 언덕처럼 노출시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 한번 봐봐라. 이건 대피호가 아니라 엄청나게 큰 무덤이나 마찬가지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연평도에 유일한 연평초·중·고교에 만들어진 임시대피소도 응급용품을 갖추지 않아 비상상황시 학생들의 안전이 요원하단 지적이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대부분의 학교 건물이 유실되자 지난 2015년 4월 연평초·중·고교를 현재의 자리로 통합 이전배치했다.
특히 연평도 포격 당시 대피호의 거리가 멀어 학생들이 대피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 이 학교 지하에 임시대피소를 설치해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임시대피소에는 간단한 식수만이 준비돼 있을 뿐, 방독면과 비상식량, 구급상자 등이 비치돼 있지 않아 비상상황이 발생해 장기간 고립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은 확보하기 어렵다.
이 학교 관계자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한 해에 2~3번씩 비상대비 훈련을 하는 등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학교내 비상대피소에는 여느 대피소와 다르게 비상용품이 구비돼 있지 않아 실제 상황발생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평면 관계자는 “대피호는 지상이든 지하든 상관이 없다. 콘크리트 두께가 40㎝이며 이를 덮고 있는 복토가 60㎝로 공중에서 핵무기가 폭발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라며 “쇠사슬로 잠가놓은 것은 비상식량등 대피물자를 훔쳐가는 일이 발생해 설치한 것으로 이장은 물론, 인근 주민이 비밀번호를 아는 다이얼 형식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학교 임시대피소와 관련해서는 “포탄이 24시간 쏟아지는 것이 아녀서 비상상황 발생시 학생들이 일단 학교내 임시대피소로 이동한 후 상황이 소강상태를 보이면 인근 대피호로 이동하게 하거나, 반대로 인근 대피호에 있는 물자를 실어 나르면 되는 것”이라며 “학교측의 협조가 잘 되지 않을 경우 구호물품이 분실되거나, 망실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배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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