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공론화를 통한 교육정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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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시즌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대통령조차 여름휴가를 떠났다. 일단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한다. 짧은 재충전은 한 해의 나머지 절반을 살아갈 힘이 된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가족들이 있다. 바로 대학입시 수험생을 둔 가정이다. 

자식 중 한 명이라도 고등학생이 되면 가족들 휴가는 자동 반납이다. 고3 수험생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고등학생만 되면 대입전형을 위하여 봉사활동, 스펙 쌓기 등은 물론 조금 더 높은 혹은 자신이 받은 등급을 지키기 위하여 학원비로 휴가비를 반납한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5대 국정목표 중 3번째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를 위한 5대 국정전략으로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노동존중·성 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를 내걸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이와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희망과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고등학생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분명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내신(과목별 수행평가 등), 수시 제도, 자기소개서, 학교생활기록부, 봉사활동, 동아리, 임원 등 대입 철인 10종 경기에 참여를 강요당하고 있다. 자기 학대를 통해서만 이 사회의 진정한 일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국가가 파놓은 늪에 빠져 있다. 국가가 고등학생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까지도 힘들고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역사를 보면 우선 해방 직후 1945년부터 1953년까지는 정부의 관여 없이 대학별로 자율적인 단독시험을 치렀다. 1954년 국가연합고사 선발 후 본고사, 1962년부터 1963년에는 대학입학 자격고사,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대학별 단독 고사, 1968년 예비고사제, 1980년 본고사 폐지, 1981년 단순암기식의 학력고사 그리고 새로운 국가고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4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입시제도가 개편될 때마다 가진 자를 위한 변화라는 비난이 있어 왔다. 과거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은 빈말이 되었다. 배움조차 부모 잘 만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들까지 나오는 서글픈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현 대학입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고자 ‘대입전형의 간소화’를 교육개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선거 때 약속한 국민과의 대선 공약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부모와 학생, 그리고 일선 교사들이 배제된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국민적 합의 없이 개혁 정책이 추진된다면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간의 갈등과 대립을 겪는 일은 명약관화하다.

 

그러기에 공론조사를 통하여 국민 대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인생을 영위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물음이 있는 이슈로 전 국민이 학습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의견 일치를 이룬 뒤에야 교육정책 개혁의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정책 추진에 앞서 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 주도의 공론화 과정이 절실한 때이다.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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