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는 줄 모르고 가고
잎이 돋지 않는 아름드리 나무의
잃어버린 날을 줍는다
보리 겨장국도 없어 못 먹던 날
나를 잊기도 하고
때로는 읽기도 하며
모진 길 참고 둥글게 살아온 건
집사람의 사랑이 빚어낸
그 무딘 한 톨을 가꾸고 온 마음
여기까지 오게 했다
생각할수록 흐르는 물소리 되어오고
나는 새 깃털같이 날아간 세월
아내를 쳐다 볼 때 마다
얼굴에 쓰여진 글!
안쓰러운 가슴으로 일렁이며 오는
내 눈빛에 고이는 눈물
억척스런 지난 삶이 흐르고 있다.
김석규
화성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