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그러나 스스로 저성장 시대인 뉴노멀 시대, 중국식 표현으로 신창타이(新常態)에 직면했다고 판단하고 향후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전방위로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오래전부터 동서부 지역 격차를 줄이는 위한 목적으로 서부 대개발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길을 마련하려고 시안을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중국 서부 지역의 현재를 둘러보는 동시에 경기도가 동반 성장하려면 선점해야 할 요소들을 확인했다.
■ 화려한 역사 품은 중국 서부 지역
지난달 6일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중국 정주에서 까오티에(고속철도)를 타고 시안으로 이동했다. 국토가 넓은 중국은 사람이나 화물 이동 시 기차가 필수다. 고속철도를 자체 개발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외국의 기술이전 등을 통해 고속철도를 도입했다. 탐사단이 탄 열차는 최고 시속 300㎞를 웃돌며 2시간30분가량을 달려 시안에 도착했다.
중국 서부권 도시 중 가장 먼저 찾은 시안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중국의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은 곳으로,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알려졌다. 혜초 스님을 비롯해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가 바로 시안의 대흥선사에서 불경을 번역했다.
대흥선사는 265년~289년 축조, 시안에서 제일 오래된 사찰이다. 탐사단이 마주한 대흥선사는 산맥처럼 겹겹이 보이는 황금빛 지붕의 사찰 건물과 수많은 불상 등 길고 긴 역사를 방증하며 건재한 모습이었다. 시안시의 또 다른 곳에도 혜초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저우즈현의 사찰 선유사 옆에 세워진 혜초기념비가 그것이다.
이 밖에도 전통적으로 중국의 서부 지역 교통 요지이자 중요한 무역지였던 우루무치를 비롯해 실크로드의 거점인 둔황, 가욕관, 투루판 등에서도 과거 서방과 교류한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 시안, 과거 영광 고스란히 재현 중
“2014년도만 해도 스모그가 심하고 먼지가 많았지만 지금은 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가 항상 있어 깨끗해졌다. 이러한 단편적인 현상만 봐도 시안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시안에서 거주하며 무역 컨설턴트로 근무 중인 조선족 허금희씨는 중국 서부 지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전했다.
실제로 탐사단이 직접 찾아간 시안, 우루무치, 둔황 등 실크로드의 핵심 지역은 현재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으로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넓고 깨끗한 도로가 돋보이는 시안은 누가 봐도 세련되고 발전한 도시였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지역으로 이 같은 고속 성장세를 이끄는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75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다. 단일항목 중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으며, 한국기업이 외국 투자 중에서도 단일 항목만 따졌을 때 제일 큰 규모다.
이때 시안은 적극적으로 삼성전자가 필요한 사항을 회의를 통해 논의 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이강국 시안 총영사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시안 지역도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최대한 지원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며 “정부가 국가정책을 결정하면 각 지역에서 일사불란하게 뒤따르는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중국이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면 국내에서 언론을 비롯해 정부 부처, 기업 등이 세밀하게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우루무치, 카자흐스탄과 유럽으로 향하는 발판
중국 서부 지역의 또 다른 핵심 거점 도시는 우루무치다. 카자흐스탄과 육로로 이어지는 지역이며,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이라 중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의 중심지로 꼽는 카자흐스탄에서 처음으로 해당 정책을 발표한 것을 놓고 볼 때, 이 카자흐스탄을 잇는 우루무치의 중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탐사단은 지난달 12일, 우루무치 중에서도 컨테이너 물류를 관리·검사하는 해관(세관) 일대를 방문했다. 컨테이너 전용 화물차가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유럽으로 보낼 화물과 중국 국내로 갈 화물을 실시간으로 나눴다.
해관 맞은 편으로는 우루무치 서역 화물열차가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루무치 동역과 서역, 북역에서는 화물열차가 주를 이루고 남역에서는 여객이 주로 이동한다.
무역의 중심지인 우루무치는 위구르족의 테러 여파로 공안이 많이 보였지만, 호텔과 상점이 즐비해 상당히 발전한 도시라는 인상이 컸다.
이와 관련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중국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서쪽으로 나가는 ‘서진(西進)’으로 정책적, 경제적 목적을 다 가지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아랍, 유럽까지 연결되면 미국 봉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일대일로와 연계한 진출 고려해야
중국이 중앙아시아, 유럽 등과 가까운 서부 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중국 서부 지역에 진출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일 일대일로 시대에 한국 기업의 중국 내륙 진출을 돕기 위해 충칭에 경기통상사무소(GBC)를 열었다. 도가 중국 내륙 지역에 이 같은 지원사무소를 설치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지방정부도 중국 서부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적극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의 현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
이관규 코트라 시안무역관장은 “중국은 전에 투자와 수출 위주로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내수시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어 우리도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비, 서비스 시장을 육성해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개인 소비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4조 2천억 달러에서 2020년 6조 5천억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소비시장은 여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어 가정용품과 영유아용품, 패션용품이 유망하다. 또 노인인구가 증가해 실버시장이나 의료기기도 진출할 만한 분야로 꼽힌다.
시안에서 만난 김손희 전 삼성물산 본부장은 “중국은 현재 일대일로라는 타이틀만 내걸어도 일단 호의적으로 반응할 만큼 전 부문에서 일대일로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여기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만 교수는 또 “중국 내륙에 사무소를 연 경기도가 이번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을 통해 평택항에서 롄윈강, 중국 서부, 카자흐스탄, 유럽까지 가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그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연결망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의연기자
사진=신춘호/유라시아 열차탐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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