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새천년, 유라시아에서 길을 찾다] “롤모델은 한국” 자원부국 카자흐스탄… 중앙亞 맹주 급부상

아스타나 엑스포 한국관 뽀로로
아스타나 엑스포 한국관 뽀로로
지난달 17일 카자흐스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몰 ‘메가 실크웨이’는 얼핏 우리나라 한 도시의 쇼핑몰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가장 좋은 위치인 1층 로비에 팝업스토어 ‘프리미엄 코리아’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진열해 놓은 이곳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스타나 엑스포’ 역시, 카자흐스탄이 얼마나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 오롯이 드러났다. 

이 엑스포는 신재생에너지를 주제로 한 국제 행사로, 한국관을 최대 규모로 조성했다. 유독 북적이는 한국관 앞에는 사람들이 세 줄 이상의 대기줄을 형성하며 입장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땅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카자흐스탄이 한국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보여주는 지금, 경기도가 우선 전략적으로 교류에 나서야 할 때다.

■ 자원 많지만 운송 인프라 부족해

현재 카자흐스탄은 국내에 단순히 ‘자원이 많은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동서양 문화가 혼재돼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데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 발전 가능성 또한 커 주시해야 할 국가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면적이 넓은 국가지만 인구는 한국보다 적은 1천 700여 만명으로 인구밀집도는 세계 215위다. 중요한 특징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17위로 중앙아시아 국가 중 자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아스타나 엑스포 전경
아스타나 엑스포 전경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제조업 분야’가 약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공산품을 주로 해외에서 들여온다. 우리나라 제품은 중국보다 품질이 좋고, 유럽·일본보다 가격이 낮아 이 특성을 노려봄 직 하다. 그러나 교류의 문턱이 낮아보이지는 않는다. 

카자흐스탄은 사회주의 국가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행정 처리가 아직 미숙하다. 일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류 등을 취급할 때 주의해야 한다. 

쇼핑몰 ‘메가 실크웨어’에 팝업스토어 매장을 설치한 황수연 프리미엄 코리아 대표는 “엑스포 이후 한국 기업의 진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카자흐스탄 시장이 가능성이 높다고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이 나라 특유의 문화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중국,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 맺으며 중앙아시아 ‘맹주’로 부상중

유라시아 열차탐사단이 중국에 첫발을 내딘 롄윈강은 카자흐스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지난 2013년 롄윈강시와 카자흐스탄 국유철도주식회사는 국경통과 물류통로 및 화물중계기지 합작협약서를 공식 체결했다. 2~3일 걸리던 통관 절차는 이제 불과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차에 실린 화물은 실크로드를 가로질러 카자흐스탄까지 철도로 이동한다.

 

탐사단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협력해 국제변경합작구로 조성한 호르고스도 방문했다. 이곳은 각 국가의 물품을 면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쇼핑 명소로 인기가 높다. 향후 무역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 관광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대해 논의했으며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는 더욱 우호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자흐스탄은 국제 영향력이 큰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이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급격한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교 관계를 영리하게 끌고 가고 있어 향후 중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굳힐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알마티 시가지 전경
알마티 시가지 전경
■ 국제 행사 유치로 카자흐스탄 세계에 선보여…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 눈길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와 현 수도 아스타나는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드러내는 도시다. 이중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다. 이곳에서는 천산(天山)의 만년설이 훤히 보인다. 실크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천산 산맥은 중국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4개국에 걸쳐있다.

 

현재 수도인 아스타나는 마치 게임 속에서 만들어진 도시처럼 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건물과 조형물이 주를 이룬다. 아스타나는 나자르바예프가 수도 천도를 진행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당시 30만이었던 인구가 83명(2014년 기준)까지 급증했다.

 

카자흐스탄은 이 두 곳의 대도시에서 국제 행사를 치르며 자국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전진기지로 구축했다.

 

지난 6월10일부터 9월1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아스타나 엑스포’는 카자흐스탄이 아스타나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장이다. 아스타나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자원 수출이 주수입원인 카자흐스탄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지 주목된다. 

손의연기자

사진=신춘호/유라시아 열차탐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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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대식 주카자흐스탄 대사

“아직 사회주의 국가 잔재 남아 기업들 꼼꼼한 준비 후 진출을”

“카자흐스탄의 가능성을 피상적으로만 보고 접근하면 안 됩니다.”

김대식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의 말이다. ‘2017 아스타나 엑스포’ 한국의 날 하루 전인 지난 7월17일 김대식 대사를 만나 한국과 카자흐스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15개 국이 참여한 아스타나 엑스포에 한국관이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고, 반응도 가장 좋다. 

 

이와 관련 김 대사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한국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라며 “한국과 관련한 행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사는 세계에서 좋게 인식되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잘 활용할 것과 카자흐스탄을 단순히 가능성이 큰 국가로 생각해 막연히 뛰어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먼저 김 대사는 막대한 자원,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지리 요건 등 카자흐스탄의 ‘첫인상’만을 보고 섣불리 다가서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협력이 이뤄지려면 차근차근 장벽을 돌파하고 필요한 것을 갖추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장 진출해서 얻을 이익보다는 현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벽의 예는 아직 카자흐스탄이 자본주의화 덜 돼 있는 것과 인프라가 덜 갖춰져 있다는 것 등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할 경우, 운송로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중동 지역보다 운송료가 더 발생할 수 있다. 

 

김 대사는 “카자흐스탄이 지닌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큰 나라라고 무조건 진출하기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노력을 동반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손의연기자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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