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장애체육인 취업알선 프로젝트 시행 1년만에 27개 기업 135명 채용
거주지 인근서 체육활동근무 ‘호평’
직업훈련소 등을 찾아다니며 앉아서 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장애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최씨는 지난해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서 추진한 ‘장애인선수 취업 프로젝트’를 통해 23년 만에 직장을 얻었다.
취업 후 부천복사골공원 테니스장에서 주 5회 테니스를 연마하며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최씨는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하고싶은 운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그동안 무슨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샘에서 근무한다’고 당당히 대답한다.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2005년 불의의 사고들 당해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김재철씨(60)는 지난 5월 (주)HB테크놀로지의 직원이 됐다. 안산에 거주하는 김씨는 사업장이 아닌 안산론볼경기장에서 운동하는 것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2년 만에 얻은 직장이라 기쁠 법도 하지만 김씨는 함께 운동하는 동료들의 걱정이 더 크다.
월급을 받으며 운동에 전념할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김씨는 “장애를 갖고 있고 나이가 60이 넘다보니 취업하기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며 “운좋게도 직장을 구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많은 장애체육인들이 하루빨리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취업 전에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선뜻 운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선수 취업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활력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 부족으로 장애체육인들이 취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선수 취업 프로젝트’는 도내 장애체육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와 취업 알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 7월까지 고용계약이 이뤄진 사례는 27개 기업 135명(중증 120명ㆍ경증 15명)이다.
고용불안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자연스레 체육활동이 중단되며 건강 악화와 기본권 제약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던 장애체육인들은 취업 프로젝트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회사 출근 없이 주거지 인근 체육시설에서 체육활동만으로 근무를 대신하기 때문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 취업제도에 장애체육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17년 120명의 취업 알선을 목표로 설정한 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7월까지 75명의 장애체육인을 기업에 소개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도장애인체육회는 기존 목표를 뛰어 넘어 더 많은 장애체육인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장애체육인 취업실태 조사를 진행중이다. 장애체육인들에게 사회적 장애요인 제거와 완화를 위해 관련 법규 및 규정, 지침의 개정 건의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되는 취업실태 조사는 도 등록 선수와 복지관, 클럽 등에서 운동을 즐기는 취업 희망자, 기타 유형별 장애인 단체 회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앞서 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7월 3일 ‘경기도와 기업 간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어 현안 공유를 통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기업의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장애인체육회장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미스매칭을 개선한 좋은 사례로 사업 확대가 필요하며, 일반 장애인들의 운동선수 전환 효과도 기대된다. 실무자 회의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 좀 더 완벽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기업들도 장애체육인 고용절차를 담은 메뉴얼이 필요하며, 기업 경영진에게 소개할 홍보물 제작, 훈련시설 부족, 체계적인 훈련의 어려움, 미고용 체육인 정보 접근 어려움, 장애 인식개선 사업 및 취업 가능업종 분석 필요 등 다양한 의견과 고충을 털어놓으며 사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도장애인체육회는 기업 실무 간담회와 홍보활동 강화를 위한 기관별 협력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홍완식기자
“장애체육인 상생 방안 모색… 일자리 창출 일념으로 동분서주”
“전국에 있는 많은 장애체육인들이 소중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뒷받침하겠습니다.”
이용진(대원지오텍 대표이사)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장은 장애체육인들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세상의 편견을 깨고 그들의 복지 실현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경기도장애인체육회와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가 함께 추진 중인 ‘장애인선수 취업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해 현실화시킨 장애체육인들의 은인이다.
이용진 회장은 “장애체육인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고충을 들은 뒤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장애체육인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라며 “각종 법률 검토를 거쳐 ‘장애인선수 취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프로젝트 시행 1년 만에 27개 기업에 135명이 취업하는 값진 성과를 거둔것과 관련해 이 회장은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오로지 장애체육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직원들과 함께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움직였다”며 “지금까지 누구도 해오던 일이 아닌 만큼 좋은 사례를 남겨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고 장애물도 많았다는 이 회장은 “처음에는 기업에 장애인고용부담금 면제에 대한 합법성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부상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종목들을 꺼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프로젝트를 꼼꼼히 검토한 기업들이 하나 둘 참여하면서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사비를 들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주위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속상한 마음이 크다. 아직은 진흥회 사업이 적자지만 흑자로 전환되면 수익을 장애체육인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며 “근로 형태와 급여체계 등 장애체육인들이 보다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완식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