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살충제 계란’ 파문] “물량 다 풀렸을텐데… 정부 늑장대응에 분노”

구입한 계란 폐기·환불 잇따라
“정부 위생관리 구멍” 불안 확산

▲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허태웅 식품정책실장(왼쪽)이 국내 계란 살충제 검출 관련 브리핑 도중 직원과 답변을 상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허태웅 식품정책실장(왼쪽)이 국내 계란 살충제 검출 관련 브리핑 도중 직원과 답변을 상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많이 먹는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니… 믿고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네요”

15일 오전 11시께 수원 장안구의 한 대형마트. 30개짜리 계란 2판을 손에 든 주부 S씨(32ㆍ여)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이날 S씨는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어제 산 계란을 환불하러 마트를 찾았다. 주변에 있던 주부들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 가격이 오를 때까지 오른 데다, 살충제까지 검출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K씨(42ㆍ여)는 “지난해에도 국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제 와서 조사를 하고 발표하는 건 늑장 대응 아니냐”며 “이미 물량이 다 풀렸을 텐데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전역에 이어 국내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적발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 남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가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광주시 산란계 농가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는 15일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데다, 생산과 소비 주기가 빠른 신선식품인 탓에 살충제 계란 대부분이 소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해당 농가에서 출하한 계란의 유통경로 추적에 착수했지만, 이미 구입한 계란을 폐기하거나 환불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의정부시 금오동에 사는 주부 Y씨(30ㆍ여)도 이날 냉장고에 있던 계란 1판을 모두 깨뜨려 폐기처분했다. 1판에 9천 원가량 하는 계란값이 부담스러웠지만,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됐을 수도 있다는 소식에 뒤도 안 돌아보고 버렸다.

Y씨는 “얼마 전에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몰랐다면 그냥 먹었겠지만, 살충제 계란 소식을 듣고도 먹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아울러 지역 맘카페 등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가입자가 200만 명에 달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뉴스가 발표된 직후부터 관련된 게시물과 댓글이 수천건에 달했다. 대부분 집에 있는 계란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 등이었다. 

한 누리꾼은 “그동안 계란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먹였는데, 독이었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닭과 계란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인데다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인데 살충제를 뿌려왔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어이없어 했다.

한상훈ㆍ유병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