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농가서 10만개 이상 유통 대형마트 등 일제히 판매 중단
산란계 농가 출하금지·전수조사 소비자 불안… 식품 안전 비상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국내에도 덮친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는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욱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검출된 남양주 농장이 지난 6일 닭 진드기를 없애고자 포천시에 있는 A 업체에서 금지약품을 구매,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럽지역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남양주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됐다. 피프로닐과 함께 광주의 또 다른 친환경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는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사용되는 ‘비펜트린’ 성분이 사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국의 모든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중단, 전수검사에 나섰다. 경기도에서는 산란계 256 농가의 계란 출하를 전면 금지하고 이날부터 사흘간 위생ㆍ전수검사를 한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전국의 농협하나로마트, 슈퍼마켓 체인점, 편의점, 주요 온라인쇼핑사이트도 계란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비중이 큰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온ㆍ오프라인에서 계란 판매가 중단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문까지 터지면서 올봄까지 이어진 ‘계란 대란’도 우려된다. 정부는 계란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고자 이날 전수조사해 문제가 없는 물량은 16일부터 유통하겠다고 했지만, 평상시 물량의 25%가량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관리ㆍ감독 허술을 지적하며 식품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계란 생산 단계에서 그동안 항생제 등만 검사했고,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 검사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농장 60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피프로닐 검사를 한 데 이어, 올해 3월 들어 제대로 된 정기ㆍ체계적 검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검출된 피프로닐은 두 번째 정기 검사에서 발견됐다. 때문에 피프로닐 검사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이 물질에 오염된 계란이 얼마나 유통됐는지조차 파악할 길이 없다. 남양주 농장에서 생산한 문제의 계란도 최소 10만 개 이상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이 남양주 농장은 지난 6일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포천시에 있는 A 업체에서 약품을 구매해 사용했다.
남양주시가 지난달 31일 시내 닭 농가에 진드기 구제용 ‘와구프리블루’를 지원했는데도 이 농장은 자체적으로 구매한 약품을 닭에 살포한 것이다. 축산당국은 허가받은 진드기 구제약품에 내성이 생겨 해당 농장주가 더 강한 약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A 업체에서 금지약품을 구매한 산란계 농장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더욱이 A 업체가 있는 포천지역은 국내 최대 닭 산지로 이번에 문제가 된 산란계는 65개 농장에서 8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계란 생산량은 전국 10%를 차지한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일 이내에 모든 산란계 농가에 대한 검사를 완료하고, 불법 성분이 검출된 농가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피프로닐이란?
개나 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려고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 벌레의 중추 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감각이상, 장기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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