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어 살충제까지… 엎친데 덮친 양계농가 ‘망연자실’

살충제 검출 남양주 농장, 작업 중단 적막한 기운만
도내 256곳 출하 금지… 시료 채취 안전 검사 실시

잔류농약 0.0363㎍/㎏이 검출되며 허용기준을 초과한 안정성 분석결과와 계란 출하금지 처분 통보서. 오승현기자
잔류농약 0.0363㎍/㎏이 검출되며 허용기준을 초과한 안정성 분석결과와 계란 출하금지 처분 통보서. 오승현기자
15일 오전 11시 30분께 남양주시 진건읍 M 농장. 이 농장은 국내산 계란에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돼 ‘살충제 계란’ 파문을 일으킨 곳이다.

 

입구에 설치된 팻말의 ‘Since 1970’, ‘Egg Rising Farm’이라는 문구만큼, 오랫동안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8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며 하루 달걀 생산량이 2천500개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형 닭 농가이기도 하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출하장에는 ‘출하금지 처분’을 알리는 공문이 붙어 있었다. 모든 작업이 중단돼 적막한 기운이 공간을 휘감았다. 바로 옆 가설건축물에선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닭 분뇨 악취와 8만여 닭의 울음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건물 내부로 1~2층에 걸쳐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닭 사육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종일 농장주가 자리를 비운 탓인지 곳곳에선 닭들이 빠져나와 사육장을 활보했고, 사료를 먹다 쓰러진 채 죽어 있는 닭도 눈에 띄었다.

 

이 농가에서는 ‘피프로닐’ 살충제가 0.0363㎍/㎏ 검출됐다. 이는 허용기준 0.02㎍/㎏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국내 농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전날 밤 11시 50분께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M 농장에 대한 ‘출하금지’ 처분 통보를 받고, 즉시 해당 농가와 유통업체에 대해 유통 및 판매를 전면 중지하고 나섰다. 

계란은 2∼3일마다 유통상에 공급되기 때문에 농가에는 2∼3일 이내에 생산된 계란만 남았다. 식약처와 시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7개 업체에 출하하고 있는 M 농장에서 이미 19만 개의 계란이 유통된 사실을 확인하고, 남은 양 등을 확인해 전량 회수할 방침이다.

또 시는 자체 조사를 통해 농장주 A씨가 지난 6일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해 주변인의 권유로 해당 제품을 쓴 것으로 확인, 성분에 대해선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불법사항이 발견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폐기되는 계란 15일 오후 일제 잔류농약 검사에서 ‘피프로닐’(살충제)이 검출된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축산당국 관계자들이 시중에 유통됐던 계란을 회수해 폐기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오승현기자
폐기되는 계란 15일 오후 일제 잔류농약 검사에서 ‘피프로닐’(살충제)이 검출된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축산당국 관계자들이 시중에

유통됐던 계란을 회수해 폐기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오승현기자

지난겨울 경기도를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살충제 달걀’ 파문에 휩싸이자 도내 양계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전국 양계농가의 달걀 출하를 중단하면서 당장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도내에서는 3천 마리 이상 산란계를 키우는 농장 237개소와 3천 마리 이하를 키우는 19 농가 등 256 농가가 해당한다.

 

농가의 시료채취와 검사는 오는 18일께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로 가슴을 졸였던 양계농가는 또다시 계란 파문이 이어지면서 넋이 빠진 모습이다. 당장 사나흘 간 출하가 금지되면서 경제적인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천에서 12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A씨(70)는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농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시 출하를 허락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 빨리 전수 검사를 받아 이상 없이 출하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청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오는 17일까지 모두 거둬들여 안전성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로 바로 출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농가의 경제적인 손해를 가급적 줄일 수 있도록 정확하고 빠른 검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은·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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