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에서 폐차 5대를 견인할 수 있는 4.5t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었고, 골목길 아래 있는 부동산 사무실 벽이 일부 손상돼 있었다. 119구조대원들이 하얀 천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었는데 피해자는 내 막내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2학년 어린 여학생이었다.
드디어 사고 피해자의 엄마가 도착했지만 엄마의 충격을 염려한 구조대원이 사고를 당한 여학생의 시신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사고처리가 이뤄지는 동안 피해자의 엄마와 아이들은 근처 비디오 가게로 들어가서 기다리도록 조치했다. 한편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었다.
이 사고의 발생 요지는 다음과 같다. 폐차 견인 화물차가 오르막길에서 이미 폐차 4대를 실은 상태에서 나머지 폐차 1대를 견인하기 위해 운전자가 내려 작업 중이었는데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11자 형태로 정차된 화물차의 제동이 풀리면서 견인된 폐차들을 실은 화물차가 굴러 내려갔는데 마침 같은 반 두 여학생이 걸어가고 있었다. 사고 피해 여학생은 혼자서 굴러오는 화물차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오르막 또는 내리막길을 운행하는 대형차량을 소유한 회사 또는 개인은 반드시 비탈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과 과거 사고사례 등을 포함한 안전 매뉴얼 또는 안전수칙을 만들어 해당 운전자가 완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비탈길에서 대형차량 운전자는 반드시 주, 정차 시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핸들을 인도 방향으로 돌려놓는 등 미끄럼 방지에 대한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자가 비탈길에 차량을 주, 정차할 때 미끄럼 방지 조치를 할 의무가 없기에 이를 게을리하고 있어 인명피해 유사사고가 매년 발생되고 있다.
셋째, 경사가 있는 일반도로에서 대형차량이 11자 형태로 주차를 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지도와 홍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안전문제 이슈는 언론사의 역할에 따라 사회적 관심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선에 모티브가 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언론홍보가 필요하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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