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측량사 뒤안길과 새로운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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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시던 말씀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고생한다’라는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었던 그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공부 잘해야 저 아저씨처럼 될 수 있다’로 바뀌고 있다.

 

이는 그만큼 청년 실업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세대의 구직에 대한 어려움을 대변한다. 노동집약적인 지적측량 기술이 첨단기술로 발전하면서 남성의 직장으로 여겼던 지적측량 분야에도 최근 여성 측량사들이 증가했다. 양성평등으로 차별 없는 보수와 전산화된 직무 형태 때문이다.

 

예전에 7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나무 줄자로 측량을 했다. 지금은 에스론 테이프도 사용하지 않고 광파측거기나 위성측량에 의하여 거리를 자동관측하고 컴퓨터 캐드화면 상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지적측량사도 IT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지적측량은 국민의 토지소유권인 땅의 경계를 결정하는 준 사법적 측량으로 측량성과 오류 발생 시 그에 따른 손해배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업무적 중압감 또한 그 어느 직종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83년도에 건물이나 토지도 평에서 미터법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오차를 감내하여야 했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사회 발전에 따른 과중한 업무처리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작성한 지적(임야)도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난제들을 극복하며 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사무실과 필드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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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측량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계절을 자연과 함께 땅 내음을 맡으며 지난 세월 동안 장인정신으로 국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오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어왔다. 그 주역이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이들 중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현직에서 하나둘 떠나가고 있다. 정년을 남겨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하여 명예퇴직을 결심하고 있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세대로 새로운 수혈을 품어주신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아름다운 퇴임과 새로운 삶에 감사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 측량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그동안 이원화되어 있던 지적과 측지를 2009년에 통합한데 이어 2015년 6월4일 국가공간정보기본법 개정 시행과 함께 대한지적공사가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 사명이 변경되면서 공간정보산업의 공적 기능과 민간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어서 정부에서는 정부입법으로 지적측량 일부를 민간에게 이양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인 국가공간정보의 품질향상과 표준화를 위한 전담기관 지정 등 국가공간정보산업의 공적기능 강화와 민간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 증강 현실 가상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불을 지피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기승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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