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경영평가·컨설팅 분리” 해명
“부적절한 처사” 비난 목소리 고조
道 “도의적 문제 있어” 대책 고심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연구원과 관련 있는 컨설팅 회사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논란(본보 8월7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3년간 경영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가 도내 공공기관으로부터 16억 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경영평가’ 부서와 ‘컨설팅’ 부서는 철저하게 분리ㆍ운영되고 있어 연구용역 수주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기도 안팎에서는 평가수행 업체가 평가대상에 영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양근서 의원(안산6)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수행해온 A사는 같은 기간 도 산하기관으로부터 26건(16억 3천만 원)의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이중 절반가량인 12건(2억 2천110만 원)은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특히 3건(1억 9천870만 원)의 연구용역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괄간사와 평가위원, 행정지원요원 등이 직접 연구원으로 참여해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께 수행업체를 선정하고, 3월부터 6월까지 평가를 실시, 7월부터 연말까지는 평가결과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실시되는데, A사는 지난 3년간 실질적인 평가가 진행되는 3월부터 6월 사이에 11건(8억 2천800만 원)의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 행사진행까지 대행, 경영평가 대응 강의도 기관별로 제각각 실시
컨설팅 업체인 A사는 연구용역뿐만 아니라 행사까지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지난해 12월 도내 한 산하기관으로부터 ‘도의회 간담회 및 워크숍 기획ㆍ진행 위탁’ 행사(1천920만 원)를 수주, 워크숍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사 소속으로 지난 3년 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해 온 관계자들은 일부 기관에만 강의료를 받고 ‘경영평가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 교육을 실시해 왔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4개 산하기관에 6회에 걸쳐 경영평가결과 분석 및 내년도 경영평가 대응 전략을 교육해 주었는데, 강의료 역시 기관별로 20만 원~5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공정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이뤄지려면 기관별 차이 없이 모두 똑같은 교육과 업무전달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는 A사가 모든 기관에 똑같이 무료로 실시하는 ‘전체 워크숍’ 및 ‘부진기관 대상 컨설팅’ 외에 별도의 교육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 평가부서와 컨설팅부서 철저히 분리 운영… 도는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A사는 내부적으로 ‘평가’ 부서와 ‘컨설팅’ 부서는 철저하게 분리해 운영하고 있어 연구용역을 수주했다고 해서 경영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또 자신들은 ‘컨설팅 회사’이기 때문에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것을 부당하게 봐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주 업무가 컨설팅인데,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서 컨설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애초부터 경기도가 경영평가 업체는 공공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해선 안 된다고 했다면 경영평가를 할지 컨설팅을 할지 회사 차원에서 결정했을 것”이라며 “경영평가 관계자들이 기관에서 강의료를 받고 강의해 주는 것은 기관에서 먼저 요청이 왔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연구원들이 돈을 벌고자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A사의 해명에도 불구, 경기도는 향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는 도내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수행 업체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외부에서 볼 때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영평가 기간에는 연구용역 수주를 못 하도록 규제하면, 경영평가를 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도 관계자는 “계약법상에 문제가 없더라고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기관이 평가대상 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는 것은 도의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경영평가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양근서 의원은 “이번 사태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징후가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 평가과정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는 물론 근본적인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ㆍ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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