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그 이면에는 어둠과 편견이라는 아픔이 있었다. 미군주둔지엔 토착 주민이 적고, 전쟁 미수복 지역의 피난민이 몰려들어 소위 양공주라 불리는 기형적 서비스업이 성행했다. 그에 따라 혼혈아와 영세민 증가, 유대감 및 결속 약화 등의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필자도 기지촌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까지 그곳에서 보냈다. 외지로 통학을 하며 또 사회에 나와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에서 꼭 숨기고 싶었던 것은 바로 ‘기지촌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태어난 동두천시는 과거 기지촌이었다. 동두천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기지촌을 운명이라 여기며 66년간 가슴속에 한을 삭여왔다.
하지만 이제 절박함으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동두천 시민들의 몸부림을 보듬어야 할 때다. 동두천시는 그동안 전체 면적의 42%를 미군기지와 훈련장 등 공여지로 제공해 왔다. 군사시설 보호지역까지 합치면 67%가 군(軍) 관련 개발제한지역이다. 이제는 반환되는 미군 공여지를 국가 차원에서 직접 개발해 10만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미군 재배치와 인력 감축으로 이미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곳에서는 ‘K-ROCK 빌리지 및 디자인아트빌리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거리예술(그래피티 아트)이 추진 중이다. 또 버려진 건물은 공예공방으로 개조,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마침 경기도에서도 오는 10월 말 동두천 ‘야간 미디어 파사드 공연’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이러한 노력에 정책결정이 힘을 보탠다면 분명 10만 동두천시민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필자가 동두천을 떠났을 당시 7만명이던 인구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10만명에 불과하다. 역사적 편견과 아픔을 딛고, 희망과 창조라는 새 지붕 아래 20만, 30만명을 품는 동두천시가 되길 바란다.
한상협 경기관광공사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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