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기도 하고,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인간의 근력과 감각을 대신하는 기계들의 출현으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었고 이제는 지적능력마저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돼 간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공무원 등 비교적 고임금의 일자리 상당수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마트 점원, 운전, 비서, 사무직, 요리사 등 고임금도 아닌 서비스 직종마저도 로봇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아예 도시 전체가 거대한 로봇처럼 변해가면서 청소나 경비, 지자체 일마저도 로봇에게 내주어야 할 판이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와, 훌륭한 직장 얻어 평생 안정된 삶을 살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우선 우수하게 졸업을 했어도 로봇과의 경쟁 자체가 무리다. 로봇만큼 오랜 시간 일도 못하고, 저임금에 만족할 수도 없다.
더욱이 그들의 능력을 뛰어넘기가 힘들다. 학교가 학업이나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학생들이 외면할 것이다. 이미 그 충격은 시작되었다. 아마도 많은 실직자가 문 닫는 학교에서 쏟아질 것이다. 기업이 사람보다는 말 잘 듣는 로봇을 써야 생산성 및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음에도 정규직을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공멸의 길로 내모는 일이다. 물론 단기간에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 산업계 전반을 회복 불능의 환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일자리 없이 빈둥빈둥 사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게다. 따라서 일자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고사는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하는 점에서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거의 다 로봇에게 맡겨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깊이 있는 성찰과 고민이 없다. 불과 몇십 년 안에 도래할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일자리 정책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거 노예에게 자유를 주었더니 다시 노예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유를 얻은 노예가 그 자유를 누릴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노예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삶 속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지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삶의 방식을 잘 모른다.
국가정책도 이런 삶을 대비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충실하게 나를 대신해 일해 줄 기계노예를 수천만 가지나 탄생시킨 인간들이 그들과 경쟁을 하고 그들에게 일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투쟁하는 것은 뭔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자신이 진정 하고픈 일을 추구하는 자아실현 사회의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일자리 대책이 될 것이며, 인류 문명의 진화를 위한 우리의 사명일지 모른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 의장·前 한글과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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