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스 준공영제를 왜 도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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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연쇄 추돌 버스사고에 이어 올 7월에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부근에서 7중 추돌 버스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각계 언론과 교통안전 전문가는 하나 같이 교통사고의 근본적인 요인을 운전자의 과로운전이 졸음운전 사고로 이어졌다는 의견이다.

 

경기도 버스회사 운전자는 대부분 격일제 근무제를 기본으로 시행하면서 월평균 13일 근무, 24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운전자는 낮은 급여를 극복하기 위하여 근무시간 이외에 추가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하루 16시간을 추가로 근무하면 22만원 정도의 추가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평균적으로 월 5일을 추가로 근무하면, 월 18일 근무에 35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근로형태는 격일제가 아닌 복격일제(2일 근무, 1일 휴식)가 만연해 있다. 경기도 버스회사는 만성적인 운전자 부족현상을 운전자 개개인의 초과근무로 채우고, 해당 운전자는 추가근무수당을 받는 형식으로 버스 운행을 강행하고 있다. 버스회사와 운전자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운전자는 항상 과로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근의 서울시 소재의 버스 운수업체 운전자 근로상황은 이보다 좋은 여건에 있다. 서울시의 운전자는 1일 2교대, 1일 9시간, 주5일 근무에 운전자는 공무원 수준의 복지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월 급여도 경기도 운전자 보다 100만원 정도까지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의 운전자는 근로여건이나 급여에서 서울시 소재 버스운전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숙련된 버스 운전자는 서울시 소재 버스업체로 이직하기를 희망하고, 평균 근속 연수 또한 3년 7개월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은 운전자가 넘쳐나고 경기도 버스회사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버스는 기본적으로 공공적 성격의 운송수단으로 높은 수송효율성이 있지만, 국민의 소득 증대로 자가용 증가, 도시철도 확충 등으로 버스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버스회사의 수익성 악화, 운송경비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 주요 6대 광역도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여 운전자의 근로여건 개선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경기도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준공영제 도입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 제고 측면, 운전자의 과로운전 예방을 통한 교통사고 감소 성과, 안정된 근로환경 제공으로 인한 운전자 파업 예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는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버스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처방은 뒤로 한 채 급한 불을 끄는 형식으로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임금에 하루 16시간 이상을 운행하고,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하여 월 5일 이상을 추가적으로 근무하면서 소위 복격일제를 근무하는 가혹한 환경에서 운전자는 피치 못하게 사고발생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운전자의 근로여건을 과감하게 개선하지 않고서는 과로로 인한 대형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힘들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선진국인 일본, 미국, 유럽 등과 같이 1일 운행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운전자의 처우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시급하다. 

더 이상 버스회사별 자율적인 운영에 맡기기보다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공적 개입을 통한 버스 준공영제 운영만이 경기도민의 교통안전과 버스 운전자의 실질적인 근로의 질 향상 등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종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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