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안산시의회의 부끄러운 민낯

기획행정위원장 선출 놓고 견해차
시정질문 포기 등 의사일정만 소비

시의회의 여러 기능 가운데 모름지기 최고의 기능은 시정 질문이라는 명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집행부가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행정을 균형감각이 있게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감독을 시정 질문을 통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산시의회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이 같은 권한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안산시의 추경예산 규모는 최초로 2조 원대를 넘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관리ㆍ감독과 견제가 필요한데도 안산시의회는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상임위원장 선출문제를 놓고 의원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지면서 나타난 병리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산시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6일까지 19일간의 일정으로 제243회 임시회를 열고 집행부가 상정한 10건의 토의 안건과 조례(안) 의결, 집행부를 대상으로 한 시정 질문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획행정위원장 선출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소득도 없이 의사일정만 소비하는 등 부끄러운 민 낯을 보이고 있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안산시의회에는 ‘사퇴를 약속하고 의원 간 불신을 조장하는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안산시의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3조 원대에 육박하는 추경예산(안)이 상정돼 사용처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안산시의회는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시정 질문을 포기, 시민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집행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대기업에 매각한 90블록 공공용지에 대한 대체부지 마련문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안산시의회 입장은 달라 보인다.

 

“의사일정에 시정 질문은 있지만, 신청하는 의원은 없다”는 안산시의회 관계자의 말을 통해 시정 질문은 포기한 채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고 있는 모습을 인내하며 바라보는 유권자들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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