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딛고 경찰과 함께 바리스타 꿈 키우는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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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 장애란 아픔을 딛고 경찰과 함께 바리스타 꿈을 키우는 소년들

발달 장애란 아픔을 딛고 경찰과 함께 바리스타 꿈을 키우는 소년들…

 

20일 오후 2시께 의정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층 커피숍. 우락부락한 인상의 형사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와 다소 투박한 말투로 음료 주문을 건넸다. 앳되고 선한 얼굴을 가진 점원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음료 제조에 한창이다. 그런데,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경찰과 점원 간 모양새가 뭔가 특별하다. 바리스타 치고 허둥지둥거리며 어설프게 제조하는 모습, 하지만 이를 불평 없이 지켜보는 손님…. 오히려 직원의 입장을 헤아리듯 느긋하게 기다리기까지 한다.

 

이곳은 경찰이 바리스타의 꿈을 가진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해 제공한 실무교육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경기북부청은 전국 경찰 중 처음으로 경기도교육청 ‘진로직업특수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에 나섰다. 이날은 처음으로 발달장애 친구들이 실습에 나선 날이기도 하다.

 

이날 실습에 나선 발달장애를 가진 유선택 학생(19)은 “전문 바리스타가 되고자 최근 자격증도 몇 개 땄다”며 “내가 타 준 커피를 이곳 경찰들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앞서 전날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선 이곳에서 일하길 원하는 지역 내 발달장애 학생들이 면접이 진행됐다.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일 만큼 이곳의 많은 학생이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일 면접에 참가한 학생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심민주 사회복지사(27·여)는 “이곳처럼 경기북부지역에 발달장애 학생이 일할 공간이 없다”며 “꿈을 가진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찰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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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 장애란 아픔을 딛고 경찰과 함께 바리스타 꿈을 키우는 소년들

해당 교육 공간은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과거 도교육감 시절 애착을 갖고 시작, 현재까지 운영 중인 ‘예그리나 커피숍’에서 경찰이 힌트를 얻었다. 경기북부청은 앞으로 담당 내 12개 경찰서에 마련된 커피숍으로 이를 확대하는 한편 약자를 위한 해당 정책을 경찰청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교육 공간을 제공한 경찰은 강한 뿌듯함을 내비쳤다. 평소 일선 형사들이 발달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한 공간에서 이들과 교감을 나누며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달장애인들은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평소 사기꾼들의 범행 대상에 노출돼 있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 교감은 중요하다”며 “몇 년 후 이곳을 거친 학생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사진설명:전국 경찰청 중 처음으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경기도교육청의 도움을 바리스타의 꿈을 가진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공간 마련에 나섰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층에 마련된 커피숍에서 발달장애학생들이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커피 주문 및 제조에 한창이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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