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역개발공약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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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순
증세(增稅) 없는 복지확대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그렇다면 거대한 개발공약은 거기서 자유로운가. 오히려 개발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뿐만 아니라 재정파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등 끊임없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지방선거 공약 중에 가장 많은 재원이 필요했던 공약은 317조원 규모의 사업이었던 인천의 ‘에잇시티(8-city)’이다. 4대강에는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이라던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계획은 31조 사업이다. 이는 대형개발공약 하나만 폐기해도 복지공약을 5년간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하는 공약이 복지공약인지, 개발공약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에서 제시되는 개발공약 방식이 요즘 들어 민간방식에서 국책사업으로 변형됐다. 하지만 국책사업 방식도 실현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정부의 SOC 인프라 예산은 해마다 대폭 삭감되고 있고, 내년 SOC 인프라 예산도 올해보다 20%나 대폭 삭감한 17조 7천억원으로 확정되어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는 새로운 SOC 인프라 사업은 시급성이 크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진다. 단체장들의 SOC 인프라 사업 공약의 설계가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철도 등 SOC는 사업 계획에서 준공까지 평균 9년 정도가 걸리며, 사업 초기에는 돈이 적게 들다가 착공 후부터 공사비가 많이 드는 구조라고 한다. 공약 이행을 임기 중·후반으로 미루다가 본격적인 비용은 임기 이후로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직 시ㆍ도지사와 교육감, 시군구청장과 기초광역 지방의원의 공약 총수는 7만4천여 개가 넘는다. 과거의 예를 보면 지방선거 공약 가운데 약 70%가량은 교통 및 물류, 국토 및 지역개발 등 개발공약에 해당된다. 선출직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인지 개발로비스트를 선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또다시 나올지도 모른다.

지방선거에서 개발공약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체장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인허가권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단체장은 대부분 지역면적이 넓어 개발수요가 큰 반면 인구는 적은 곳이다. 개발공약이 공직사회 부패비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정부 채무가 1천조원을 넘어섰고,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까지 합하면 가계와 정부의 부채는 2천3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선출직 공직 자원의 공약을 모두 더하면 팔만대장경보다 조금 더 많은 8만2천여 개나 제시된다. 공약이행에 1천200조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할 것인지 국가 채무조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인프라 개발을 하더라도 복지 확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직결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인지, 그 이면에 지역주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소수의 사익 추구를 위한 개발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판단과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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