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강력 처벌해야” 목소리 고조 속
일각 “처벌보다 관심·꿈 찾는 기회 제공 필요”
구리에 사는 A군(18)은 중학생 때부터 자전거 절도, 무면허 운전, 휴대폰 개통 사기 등 각종 비행을 일삼았다. 그간 부모로부터 방치됐던 탓에 사고를 쳐도 누구 하나 A군을 따끔히 혼내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듯 한 A군은 결국 지난해 9월 법정 앞에 섰다.
그런 A군에게 담당 판사는 “소년원을 보낼까 했지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며 혼냈다. 소년은 그제야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A군은 “누군가에게 혼난 게 그때가 처음”이라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군은 “지금은 산업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됐다. 벌써 여러 개 자격증도 땄다”며 “소년원 대신 기회를 준 판사님께 고맙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등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며 소년범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일각에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의정부 준법지원센터의 경우 A군을 포함해 보호소년 20여 명에 대해 합창단을 꾸리고 매주 연습에 나서는 등 교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합창단에 참가한 아이들의 범죄 발생률이 ‘0%’에 달할 만큼 효과가 높다. 소년원으로 보내는 대신 해당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보호관찰관 또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아픔도 공유한다. 지난 27일 연습을 위해 만난 보호소년들은 하나같이 “기회를 줘 감사하다. A군처럼 헤어디자이너와 가수 등의 꿈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부 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다수는 파괴된 가정에서 비롯된 경우”라며 “조금의 관심만으로도 아이들은 범죄 대신 꿈을 찾기 때문에 처벌보다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성근 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은 “선진국의 올바른 교화 사례를 참고해 청소년 범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찾는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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