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으로 베푸는 삶 실천하는 안양시 전금자 할머니 “값지게 번 돈, 가치 있는 곳에 쓰이길”

인형 부속품 조립하며 생계유지 어려운 학생 위해 100만원 기부
“남을 도울 수 있는건 행복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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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절약으로 ‘더 많이 베푸는 삶’을 사는 제가 누구보다 풍족한 사람입니다.”

 

전금자 할머니(89)는 지난해 5월부터 안양시 동안구 부림동 주민센터 옆 공작부영2차아파트 경로당에서 인형 부속품 조립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안양시에서 추진 중인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전 할머니는 매주 월~토요일 매일 2시간씩 값진 생산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 달 동안 20여만 원을 번 전 할머니가 최근 어렵게 모은 100만 원을 저소득층을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안양시에 기부한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전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남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값지게 번 돈인 만큼 이 돈이 정말 가치 있는 곳에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과거 고관절 수술과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지만 오히려 손이라도 부지할 수 있어 이 같은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 할머니는 언제나 긍정 마인드로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만든다.

 

전 할머니는 “작업에 참여해 인형 부속품을 조립하면 손 운동도 되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며 “같이 일하는 동료 노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덤”이라고 밝게 웃었다.

 

1929년 평안남도 정주에서 태어난 전 할머니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남한으로 내려왔다. 중앙대 경제학과를 다녔고 집안 형편도 좋았다. 이후 은행과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며 당시 신여성이자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삶도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 3년 만에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시련을 겪은 후 1993년 안양에 새롭게 둥지를 트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전 할머니는 “20년 이상을 지내온 안양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이곳 경로당과 같이 지내시는 동료도 나에겐 친정 같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 할머니의 선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써 달라며 어렵게 모아놓은 쌈짓돈을 몇 번이나 기부한 사실이 경로당 노인들로부터 수차례 목격된 상황이다. 형편이 풍족하지 않아 절약이 몸에 밴 전 할머니가 만 원짜리 바지 한 장 사보지 않은 게 벌써 수년 전. 이런 상황에서 전 할머니는 자신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전 할머니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정말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라며 “내 작은 노력과 정성이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원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양=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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