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300만 문화 대도시’
“꿈 키울 예술학교가 없다”… 너도나도 脫인천
인천은 예술교육 불모지다. 인구 300만의 문화 대 도시를 부르짖고 있지만 예술 인재 육성을 위한 전문 예술교육기관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당연히 예술 인재의 유출이 심각한 상태지만 대책 마련이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역의 예술교육 문제를 살펴보고, 그 대안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으려면 인천부터 떠나고 봐야죠.”
초등학생 6학년 딸을 둔 김모씨(42·인천 남구)는 서울에 있는 집을 구하느라 10일간의 추석연휴를 전부 보냈다. 내년 졸업과 함께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선화예술중학교 무용부 진학을 꿈꾸는 딸을 위해서다.
김씨의 딸이 선화예술중 진학을 원하게 된 것은 학교 자체의 명성도 있지만, 현재 거주하는 인천 내 예술중학교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김씨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치원생 시절부터 사설학원을 통해 발레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딸을 번듯한 발레리나로 키우고 싶은 김씨에게 딸의 예술중 진학은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김씨는 “딸과 함께 발레를 배운 애 중 두각을 보인 일부는 진작에 서울로 이사를 한 상태”라며 “지금 사는 집보다 4~5배 이상 비싼 서울 집값을 생각하면 딸을 인천에서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진학시킬 예술중이 전혀 없으니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예술교육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의 예술 인재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
10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예술중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인천의 초등학생들이 국립전통예술중(서울), 선화예술중(서울), 계원예술학교(경기), 부산예술중(부산), 브니엘예술중(부산), 전주예술중(전북) 등 예술중으로 진학하려면 사실상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으로 넘어가는 예술 인재의 유출도 두드러진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인천 지역 예술대학 설립 방안 검토’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인천의 유일한 예술전문학교인 인천예술고등학교의 2017학년도 대학입시 합격자 171명 중 지역 소재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14명(8.2%)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 합격 111명(64.9%), 경기 소재 대학 합격 26명(15.2%)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인발연은 이 같은 예술 인재 유출 현상에 대해 전문 예술교육기관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동시에 전문 예술인 육성을 위한 예술종합대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당장 인천에서 예술 인재 유출을 막을 예술교육기관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예술중 설립에 대한 논의를 그만둔지 오래고,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따라 4년제 예술종합대학 설립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홍의택 가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예술은 조기교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예술교육기관이 미비한 지역일수록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예술 인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인천의 현재 상황상 예술 인재 육성을 위한 전문 예술교육기관 설립이 시급한 것으로 보이므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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