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사회일원으로 기여하고파
형편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 지원
알콜중독 치료 기관도 만들겠다
전은자 남양산업 대표(47)는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새시(창틀) 제작 및 유리 가공 공장을 운영한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수십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도 성실히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남들처럼 스펙은 화려하지 않지만, 뚝심 하나와 긍정적 마인드로 기업을 이끄는 전 대표를 만나보았다.
1993년 포천시 신북면 가채리에서 어린 나이에 남편과 함께 시작한 유리 공장. 가공, 제작, 배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지만 전 대표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알콜중독에 빠진 남편과 관계였다.
결국 사업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재활치료를 위해 떠나는 남편과 헤어져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남은 어린 두 아이를 안고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고, 거래처와 신뢰감이 쌓이면서 사업은 뜻밖에 호황을 맞았다.
2006년 새시를 사업에 추가하면서 일손은 더 바빠졌다. 새벽에 일하고 들어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해질 무렵에는 또 틈을 내 집에 들어와 아이들 밥을 채기는 등 두 가지 역할에 지치고,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전 대표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할 수 있어’, ‘잘 될 거야’ 하며 늘 마음을 다스려 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업은 날로 번창해 2012년 영중면 백로주길에 1만3천여㎡ 부지를 마련, 8천여㎡ 공장을 신축했다. 이어 일산, 하남, 경복대 등에 지점을 내는 등 1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연매출 150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큰아들도 성장해 경복대 지점을 맡으며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둘째 딸은 전 대표를 보좌하며 경영을 배우고 있다.
“여성이 기업을 일으키고 대표로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난의 길인지, 뒤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인고의 세월을 상기하는 전 대표. 남자도 하기 어려운 새시, 유리업에 뛰어들어 가공, 제작, 배달, 여기에 수금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이 20여 년을 1인 다중역할을 하며 오늘의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전 대표는 “이 업종은 힘이 있어야 하고, 안전사고의 위험마저 있어 고용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여성이라고 무시하려는 선입견은 마음을 더 힘들게 했다”고 회고했다.
이제 전 대표는 후진양성에 남다른 꿈을 품고 있다. 자신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적십자 장학금으로 다녔고, 고등학생 때 낮에는 일하고 야학을 해야 했던 그는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도 꾸준히 장학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알콜중독으로 힘들어하던 전 남편(지금은 알콜 중독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생각하며 알콜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재활치료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 딛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겪었던 힘든 가정과 학교생활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전 대표는 오늘도 공장을 돌며 직원들과 환한 웃음을 나누고 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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