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디자인거버넌스 인천에서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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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업계에 발을 담근 지 어언 20년이다. 그간 나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였고, 학생이었고, 교수이며 전문가이기도 했다. 공부하고 가르치며 일하다 보니 여러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들이 세월 따라 변화했고 늘 번민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즈음에는 공공에 의해 디자인정책이 시작되었다. 이후 국제화를 추구하며 외국에서 유학한 전문가의 것을 모방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가장 지역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한 주민참여의 디자인시대를 맞고 있다.

 

처음 디자인회사를 시작할 즈음에 인천에서의 ‘디자인’은 그저 어디에 덤으로 얹혀주는 그야말로 ‘서비스’ 같은 것이었다. 기업이 일다운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사이 인천에만 10여 개의 디자인관련 학과의 졸업생은 디자이너로서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서울로 향했었다.

 

2002년경부터 영세하나마 디자인 전문기업들이 생겨나서 디자인기업협회를 구성하였고, 이때부터 시작된 ‘인천국제디자인페어’가 오는 10월26일부터 4일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13회째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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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디자인기업들은 스스로 디자인한 상품을 생산자와 함께 전시하여 실력을 인정받고, 지역사회와 함께 디자인 발전을 고민하는 세미나와 포럼도 개최한다. 또한 인천지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모여 함께 전시회를 열며 교류하는 기회가 주어지니 지역 디자인역량 강화 측면에서도 그 의미는 제법 크다.

 

자생적으로 지켜온 페어가 13회를 맞이하기까지 숨은 노력자들도 많았다. 올해는 인천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기업들과 디자인관련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자원봉사자로 나서 밤늦도록 망치질을 하며 전시장을 꾸몄었다. 그때 페어를 같이 시작한 디자인센터의 직원들은 어느덧 팀장도 센터장도 되었지만 여전히 전시회 준비를 위해 함께 날밤을 새우는 열의를 더한다.

 

가장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이룬다는 디자인이 인천 안에서 그 자리를 찾기 위하여 디자인기업과 디자인관련 학교와 전문가, 그리고 공공이 서로를 도우며 자생적으로 시작한 인천디자인페어가 진정한 의미의 지역거버넌스일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동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강도윤 인천디자인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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