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북 구미에서 출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맞아 여러 곳에서 다양한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12년 설립 당시 200억원이 넘는 국고와 서울시 부지를 지원받으며 논란 속에 개관한 서울 마포구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는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사실상 ‘박정희 기념공원 사업’으로 불리며 추진 초기부터 논란이 된 서울 중구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사업은 구의회의 반대 속에서도 구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의 발행 취소 결정으로 무산됐고, 각종 기념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경북 지역은 지자체간 시각차로 삐걱거리고 있다. 경북도는 새 정부 출범 후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는 기념사업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수석의 보좌관이 쓴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상황’ 보고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기념관을 새롭게 바꿀 방법을 강구하되 미르재단 등과 논의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구미시는 올해 11월, 혈세 200억원을 들여 박정희 역사자료관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던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기보다는 딸로서 아버지의 치적, 기념화 사업에 너무 열중한 것은 아닐까. 그 말로(末路)도 좋지 않다.
인천지역 정치판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9월 인천 계양, 부평 일원 공항시설보호지구 해제를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 업체와 특정 정치인의 입김에 따라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모 시의원이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해제를 건의했고 인천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공항시설보호지구 폐지 안건을 상정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홍 의원의 부친이 전 시의원이었고 현재 서운산단을 추진하고 있는 (주)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의 고위직이라며 특정 업체나 부친 회사를 위해 나선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법적으로 입주가 불가능한 폐기물 배출업체 7곳의 분양신청을 받고 감사원의 지적을 받게 되자 잘못을 무마하기 위해 이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전국 최연소 광역의원 당선에, 대를 이어 부녀(父女) 시의원이란 기록을 세우는 등 장래가 촉망되는 의원이다. 아쉬운 점은 (주)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에 수억원을 출자한 인천도시공사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이다. 즉 아버지가 있는 회사(SPC)를 관리·감독하는 인천도시공사, 그런 공사를 감시·견제하는 딸,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순수하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의 기념사업인지, 주민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인지 그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선현의 말씀처럼 불필요한 오해나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한 언행과 몸가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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