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 환경인증 안된 차량들 등록 허가
비정상적 절차에 논란… 매매업체와 커넥션 의혹도 일어
주한미군에서 군사 작전용 차량들이 불법 반출돼 논란인 가운데(본보 9월6ㆍ7일자 1면) 국내 등록이 불가능한 군용 차량 수십 대가 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를 통해 번호판을 교부받아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인증을 거치지 않은 차량들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번호판을 교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은 물론 평택시와 차량 매매 업체 간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5일 평택시에 따르면 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한미군 기지에서 반출된 LMTV, CCC트랙터 등 28대 차량에 대해 신규 등록을 인가해 줬다.
이 차량들은 모두 특정한 1개 업체 소유의 수입차량들로, 대한민국 상이군경회가 주한미군으로부터 인계받은 물품들이다. 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로부터 국내 번호판을 교부받은 이 차량들은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로 수천만 원에 팔려나갔다.
이런 가운데 이들 차량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국내 번호판을 교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대 가운데 23대가 개별차량용 자동차배출가스인증서 및 소음인증서를 구비하지 않고도 멀쩡히 등록된 것이다.
수입차량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한국환경공단의 자동차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거치지 않은 것. 해당 차량들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등록될 수 없는 ‘미인증 차량’들인 셈이다.
수입차량의 경우 국내 번호판을 교부받기 위해서는 신규 자동차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필요한 서류만 △수입신고필증 △임시운행허가증 △자동차 신규 검사증명서 △자동차 안전검사증(자기 인증서) △개별차량용 자동차배출가스인증서 및 소음인증서(환경 인증) △책임보험가입증명서 등 1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까다로운 과정이다.
더욱이 대부분 1998~2003년에 제조된 해당 차량들은 현행 제도의 환경 인증 평가를 통과할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군용으로 수입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배출가스 저감 장치 등이 없어 국내 환경 인증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면서 “제조 당시보다 환경 인증 기준도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사실상 인증을 받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차량은 환경 인증 서류 없이도 평택시차량등록사업소로부터 국내 번호판을 교부받아 수천만 원까지 폭등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특히 이런 상황이 수개월 동안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15년 12월 6대를 시작으로 2016년 3월 2대, 4월 1대, 5월 6대, 6월 3대, 7월 3대, 8월 2대 등 거의 매달 무분별한 등록이 이뤄졌다. 해당 업체에서 신청한 주한미군 군용차량 모두가 아무런 제지 없이 국내 번호판을 교부받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평택시는 단순한 업무상 착오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상 미군에서 사용되던 차량들의 경우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하는 자동차 안전검사(자기 인증)가 면제되는데, 이때 자기 인증 면제 대상임을 인증하는 서류가 발급된다. 이 서류로 인해 환경 인증 또한 면제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평택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한 차량 매매 업체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등록 절차와 서류를 공무원들이, 그것도 수개월 동안 착각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해당 업체와 유착 관계가 있지 않고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신규 자동차 등록 과정에서 직원들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며 “자기 인증 면제 대상은 환경 인증 또한 면제되는 것으로 착각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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