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용 차량도 세탁 안보 위협 ‘검은 뒷거래’
절단·파괴 거쳐야하는 불용車 원형 그대로 외부 불법 반출
주한미군과 유착 없인 불가능 인터넷엔 버젓이 판매글 게시
주한미군에서 폐기 처리된 차량들이 국내 번호판을 달고 수천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본보 9월6일자 1면) 이들 차량 중에는 군사 작전용 차량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원칙적으로 군사 작전용 차량의 경우 원형 그대로 외부로 반출되는 것이 불가능해 주한미군과의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 경북 김천시 남면 운곡리의 한 고물상. 이곳은 변변한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흡사 군부대를 연상시켰다. 국방색 지게차들이 실어나르는 것은 죄다 군용 차량에서 빠져나온 부품들이었다. 언뜻 보기에 군사 작전용으로 보이는 차량들도 여러 대 주차돼 있었다.
또 고물상에서 불과 250여m 떨어진 공터에는 컨테이너 수십 대가 철의 장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안에는 소형전술차 등 군사 작전용 차량은 물론 급수차 등이 방치돼 있었다. 방치 기간이 오래된 듯 공터 전체에 풀숲이 자라나고 차량 내부에도 거미줄이 친 상태였다.
각 차량들 앞유리에는 ‘DLA DS-VEHICLE’, ‘99L----(차량 번호)’, ‘28-MAR-2014’ 등의 내용도 적혀 있어 김천재산처리처(DLA)에서 지난 2014년 3월28일에 원형 그대로 반출됐음을 짐작게 했다.
같은 날 평택시 포승읍 평택·당진항 자유무역지역 내 한 물류센터에도 100대에 가까운 군용 트럭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특히 일부 트럭들은 지붕에 중화기를 설치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동그란 구멍까지 낸 흔적도 있어 군사 작전용 차량임을 반증하고 있었다. 해당 차량들은 모두 미군기지 김천 DLA를 거쳐 세탁 과정을 거친 뒤 판매(수출)를 기다리다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는 해당 지역에서 미군 군용 트럭들을 판매한다는 글이 연락처까지 기재된 채 지난 2014년부터 버젓이 게시되고 있었다.
이미 국내에서 판매된 군사 작전용 차량 일부는 산악지대 등에서 공공연히 불법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수출업자를 통해 해외로도 빠져나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군 군사 작전용 차량들은 소파 규정상 원형 그대로 반출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번호판을 교부받을 수도 없는 데다가 저감장치 등이 부착되지 않아 환경기준 등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미군에서 불용 처리된 차량 역시 절단, 마멸, 파괴 등의 비군사화를 거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용 차량이 원형 그대로 외부로 반출될 수 있었던 데에는 주한미군과 국내 세력의 유착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한미군 소유인 군사 작전용 차량이 외부로 반출되는 과정 자체가 미군 내부적인 결정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어서다.
미군 부대 내에서 사용되던 차량이 원형 그대로 나갈지 등의 불용 여부는 전적으로 미군이 결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군차량을 받은 한 개인 차량판매업자는 괜찮은 물건을 받기 위해 미군에 300만 원가량을 가져다 준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찬 대경대학교 군사학과장은 “상식적으로 미군 군용차량이 외부로 반출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히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의문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답변을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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