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2013년 A-10 3대 불법 반출” 증언 잇따라
“北에 군사기밀 누출 우려… 국가 안보에 위협” 지적
주한미군 부대 내에서 탄피와 군사 작전용 차량 등이 외부로 반출돼 물의(본보 9월7일자 1면)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고물상 업자들이 전투기도 일반 고물상 등에서 해체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들 업자들이 목격했다는 전투기는 한반도 상공을 지키는 주력 기종으로, 실제 반출이 이뤄졌을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7일 대한민국 상이군경회와 경기지역 고물상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월 말께부터 2013년 10월까지 1년여에 걸쳐 주한미군의 A-10 전투기 3대가 외부로 불법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투기들은 엔진과 배터리, 전기 배선 등이 그대로 포함된 원형 상태 그대로 반출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전투기의 크기가 커 날개를 분리하고 본체를 삼등분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반출된 전투기에 대한 해체 작업이 이뤄지는 날을 관련업계에서는 ‘비행기 잡는 날’이라고 통칭했다. 이와 관련한 목격자들의 증언 역시 쏟아지고 있다.
당시 목격자들은 용인 처인구 남사면 남사초등학교 인근 공터와 평택 도일동 등지에서 전투기 해체 작업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해체 작업을 직접 눈으로 봤다는 A씨는 “고철 견적 등을 내달라는 의뢰를 받고 현장을 찾았는데, 200~300평가량의 공터에서 작업을 할 정도로 전투기 크기가 어마어마했다”면서 “평택에서 지내면 전투기 종류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데 동체를 봤을 때 A-10기가 확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윗부분은 천막 같은 것으로 가려놔 제대로 못 봤지만, 엔진이나 배선, 동체 하부 등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면서 “아무래도 불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안 좋은 소문이 있어 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A-10기는 우리나라 공군에서는 운용하지 않는 미국 공군의 대 탱크 전용 전투기로, 배터리가 은으로 구성되는 등 부품 하나하나가 고가로 이뤄져 있다.
또 다른 목격자인 B씨 역시 “현장에서 금속성분탐지기 같은 도구로 전투기 동체를 스캔했다”면서 “커넥트 선에 은이나 금이 많이 묻어 있기 때문에 건질 게 있나 싶어 현장을 찾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전투기 엔진이 제거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현장을 찾아 A-10기를 본 사람만 10~20명 정도”라고 전했다.
한 상이군경회 관계자도 “전투기는 몰라도 탱크 등을 잡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 업계에서 도는 얘기”라면서 “과거에도 탱크가 불법 반출돼 국정원과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무산됐다고 들었는데, 전투기도 충분히 반출 가능성이 있다”고 뒷받침했다.
이처럼 전투기 등 군사 장비들이 원형 그대로 외부로 반출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부대에서 사용된 모든 물품에 대해 절단, 마멸, 파괴, 변형, 용해 등으로 원형을 변형하는 비군사화 처리를 거친 뒤, 반출이 가능하다. 이를 민간업체에 위탁처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도 군입회 하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전투기의 경우 엔진, 레이더, 전선 등 부품들을 제거해야 함은 물론 외관도 군사 장비임을 알아볼 수 없도록 절단 등의 비군사화 처리를 거쳐야만 한다. 원형 그대로 반출되면 북한을 비롯한 적국에 군사 기밀이 누출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목격자들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투기 무단 반출이라는 문제와 함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전투기 등 군사 장비가 반출됐다면 두가지 측면에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우선 북한군이 우리와 미국 측 주력 기종에 대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우리 약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워낙 오래된 사안이라 자료를 확인한 뒤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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