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5년 동안 심한 악취가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혼자 살고 있던 70대 할머니를 발견, 행정기관에 인계ㆍ조치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의왕시의 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몇 년 전부터 악취가 난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의왕경찰서 부곡파출소 신춘호 소장과 안창규 경위, 박욱 경장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인근 주민을 상대로 거주자의 상태와 악취가 발생한 시점 등 상황파악에 나섰다.
그런 뒤 벨을 누르고 수차례 문을 두드리는 등 10여 분간에 걸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전혀 인기척이 없어 범죄의심 또는 거주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 소장 등은 열쇠업자를 불러 출입문 잠금장치를 해제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119구급대에 출입문 개방 출동을 요청, 열쇠가 열리지 않아 베란다로 들어가 현관문을 개방하는 데 성공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심한 악취와 함께 방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쓰레기 사이로 들어가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71세 할머니 A씨였다. 119구급대원이 A씨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부곡동 주민센터 관계자들에게 쓰레기정리와 A씨의 건강관리 등 사후처리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한 뒤 신병을 인계했다.
A씨는 서울의 유명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다 4~5년 전 어머니가 별세하자 혼자 생활하다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려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각종 쓰레기를 모아 집안에 쌓아놓았다.
겨우 누울 자리만 남겨둔 채 발 디딜 틈도 없어 화장실도 갈 수 없어 아파트 밖에 나가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 볼일을 보고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춘호 부곡파출소장은 “수년 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하던 A씨의 건강 및 생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던 상황을 예방하고 악취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며 “행정기관과 공조체제를 유지해 할머니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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