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항아리는 늘 비어 있다
죽은 입에 거미줄 친 땜질한 항아리
비 개인 한낮 들여다보면
하늘이 가득하다
구름이 메주처럼 둥둥 떠서
익어가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외치면
무궁화 ~ 무궁화 ~ 무궁화 ~
퍼져나가는 메아리
푸른 산이 우뚝 들어와 앉는다
나는 숲에 홀려 메아리와 놀다
어머니가 돌아오는 저녁에야 내려온다
뚜껑 덮인 항아리보다
엎어 논 항아리가 많은 장독대
샛노란 호박꽃이 기웃거린다
어머니, 속이 텅 비었어도
엎어 놓지 마세요
달도 별도 바람도 빗물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내가 그 안에 꿈을 가득 채울께요.
이태학
연천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중ㆍ고등학교 교사 정년 퇴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