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눈을 감는 ‘말러’를 만나다
심장병 진단을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곡 <말러 9번>은 가장 개인적인 곡이면서, 한 위대한 지휘자 인생의 피날레 악장이다. 지난 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말러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말러 9번>이 울렸다.
특히 마지막 4악장에서는 비장하고 무겁게 몰아치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생(生)에서 사(死)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진 듯 극도의 긴장감이 휘몰아친다. 이 악장의 마지막은 현악기의 극단적인 여린 음으로 끝이 난다. 끝내 죽음 앞에 눈을 감는 말러가 연상된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겸 지휘자 말러는 교향곡 9번을 베토벤처럼 9번을 끝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곡으로 명명하지 않았다. 대신 ‘고별’이란 메시지만 담았다. 말러는 ‘죽음’으로 곡에 힘을 싣지 않았지만 대신 모든 악장에 평온보다는 무겁고 괴기스러운 부분이 많다. 죽음을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서 독일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과의 협연도 돋보였다. 23살의 어린 나이에 바바리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에 임명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호르눙은 이날 공연이 한국 첫 내한공연이다. 이번 슈만 첼로 협주곡에서 그는 ‘활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첼로가 음을 내고 있었고 그 음을 타고 있는 호르눙의 표정으로 그 음악적 해석을 가능케 했다.
한편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부터 ‘앱솔루트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브람스 레퀴엠>을 시작으로, <브루크너 7번> <말러 9번>의 공연을 마쳤으며, 마지막 앱솔루트 시리즈인 <베토벤 9번>이 오는 12월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과 다음날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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