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한다고, 층간소음에… 사소한 시비가 살인으로 ‘홧김 범죄’ 위험 수위
사소한 일이나 시비가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 10건 중 4건이 우발적이거나 현실에 불만을 품어 발생한 범죄일 정도로 분노에 따른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대한민국, 본보는 분노에 가득 찬 현실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인천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A씨(21)는 지난 24일 자신과 함께 살고 있던 룸메이트 B씨(26)에게 펄펄 끓는 라면을 냄비 채로 쏟아 부었다. 누워 있던 B씨는 얼굴을 비롯해 목 등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고, 무릎을 꿇린 뒤 1시간 20여분 동안 원룸 안에 감금하기도 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B씨는 이번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피부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됐다.
A씨가 이토록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B씨가 SNS를 통해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B씨의 휴대전화 속에 자신의 험담이 오가는 것을 본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현재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 7월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이웃 주민의 차량을 골프채로 부순 A씨(26)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조카를 병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주차된 차로 향했고, 자신의 차 앞에 이중 주차된 SUV 차량 주인 B씨에게 차를 빼달라고 전화했다. “외출중이니 차를 밀어서 빼라”는 답을 들은 A씨는 화가 나 조카를 병원에 데려다 준 뒤 집에서 골프채를 챙겨와 B씨 차량 앞유리를 마구 내리쳤다. 뿐만 아니라 골프채로 차량을 부수기 전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과시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인천 서구에서는 한 30대 남성은 자신의 부인과 내연관계에 있다고 의심한 또 다른 30대 남성에게 염산을 뿌리고 달아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하면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칼부림이 일어나거나, 행인에게 묻지마 폭력을 행사하는등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발생한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 2천건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거나, 현실에 불만이 있어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14만 8천건으로 41.3%를 차지했다. 또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역시 975건 중 403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했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이 돼 발생한 범죄로 집계됐다. 즉 강력범죄 10건 중 4건은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발생한 범죄라는 얘기다.
가천대 길병원 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원인을 이야기하긴 어렵고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분위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질병에 의한 부분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분노조절장애는 가정적인 불화나 회사 내에서의 문제,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어 “가정이나 회사,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이후 위축되면서 사회에서는 더 고립된다”면서 “결국, 분노를 표출하고, 후회하고, 고립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범죄로 연결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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