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못참는 대한민국] 중. 범죄로 이어지는 분노 왜?

소통없는 사회… ‘마음 속 시한폭탄’ 부채질

최근 사소한 시비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이른바 ‘분노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분노범죄가 늘어나면서 사회는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상해나 폭행, 살인, 살인미수 등 강력범죄 10건 중 4건은 우발적이며 현실 불만이 원인이 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공안행정학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분노범죄의 발생 원인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오세연 세명대학교 교수)’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분노범죄 증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심각한 사건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분노범죄 발생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개인적 원인에서 분노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적이거나 가정적인 불화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평소 축적됐던 스트레스와 울분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표출돼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자주 언론에 언급되는 ‘조현병’ 등 정신적인 이상과 같은 장애가 있는 경우 뇌의 분노조절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분노 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번째 원인은 사회·환경에 따른 것이다. 가족과 사회의 유대관계가 약화하거나 사회적 편견과 좌절로 인해 현실에 불만을 갖게 되면서 분노범죄가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주변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역사회 및 구성원과 계속적인 소통이 부족할수록 분노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가천대 길병원 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데는 의학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가정적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거나 사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돼 고립된 건지, 고립된 상태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된 건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할 순 없지만 결국 이런 고립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했다.

 

강 교수는 “분노로 인한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분노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왜 분노를 참지 못했는지 정확하게 진단해보고 그 원인을 해결할 대응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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