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정과 학교의 역할 축소, 소통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가 학교폭력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의 심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족한 공감능력이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공감 능력을 길러 학교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용인 백봉초등학교의 특별한 수업이 화제다. 처인구 백암면 백봉리에 있는 백봉초는 1~6학년 전체 학생 수가 29명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학교다. 학생 수가 적은 탓에 운영이 힘든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적은 학생 수가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체험 위주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기가 가르치는 공감교실’ 수업이다. 지난 20일 공감능력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학년 교실에서 처음 진행된 이 수업에 갑자기 아기가 등장했다. 아기의 정체는 생후 8개월 된 임재일 교사의 아들 지훈군으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기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자 수업에 들어왔다.
수업에 참여한 3학년 아이들 6명은 느닷없이 들어온 아기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아기가 신기한 듯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교실 한가운데 걸터앉은 아기는 동그래진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을 건네받자 이를 만지작거리며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임 교사가 “지금 아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 사이에서 “행복한 감정”,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분” 등의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이어 아이를 데려온 엄마가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자 생글생글 웃던 아기가 입을 삐죽거리기 시작했다. 임 교사가 같은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엄마가 없어져서 슬퍼요”, “무서운 감정”, “두려움”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30여 분간 아기의 행동과 표정 등을 관찰하던 학생들은 어느새 아기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아기가 기뻐하는 이유와 슬퍼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조희영양(10)은 “아기의 웃는 표정과 우는 표정을 살펴보며 아기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아기의 감정을 이해하려던 것처럼 다른 친구의 마음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모두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학생들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다”며 “이 같은 공감 수업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학교폭력이 근절되고, 나아가 다른 학교에까지 널리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